부동산실명법(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이 이뤄졌을 때 명의신탁자를 형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명의만 자신의 것일 뿐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소유인 땅에 근저당을 설정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기소된 유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거래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며 매도인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며 “유씨는 실제 매수인의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유씨가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으나 이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부동산 매수인인 박모씨는 1991년 4월 심모씨로부터 충남 천안시의 2,922㎡ 넓이의 땅을 사들이고 유씨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됐으나 박씨는 유예기간 내 유씨 명의로 된 땅을 자신의 명의로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유씨가 2008년 시가 6억6,300만원 상당의 해당 토지에 채권최고액 3억6,6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하자 박씨는 유씨를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유씨가 자신의 소유가 아닌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6억6,3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유씨의 횡령 혐의를 인정했으나 횡령액을 5억원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경가법이 아닌 횡령죄를 적용해 형량을 1년 낮춰 선고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