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은행 자산 폭증… 한국금융 '큰손'으로

7년새 10배↑…연말 55조 전망
미국·일본계 제치고 최대규모


중국·건설·공상·교통·농업 등 중국계 5대 은행의 한국지점 총자산이 최근 7년 새 10배 넘게 급증해 올해 말에는 미국과 일본계를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가 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 은행들이 움츠린 동안 중국계 은행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위안화 예금을 발판으로 삼아 국내에서 자산을 급속히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중국 5대 은행 한국지점들의 총자산은 이미 국내 지방 은행지주를 제치고 씨티은행(약 55조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이 한국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리 금융당국도 자금세탁 등에 악용되는 것이 없는지 집중 관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제신문이 7일 은행연합회 자료와 전체 외은 지점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5대 중국계 외은지점의 총자산은 9월 말 기준 48조2,655억원으로 2007년(4조6,117억원)에 비해 무려 10배 넘게 늘었다.

특히 최근 2년 새 급성장했다. 2012년 14조3,800억원 수준이던 중국계 은행 한국지점 자산은 2013년 약 27조원으로 늘더니 올해 말에는 5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계 은행들이 올 3·4분기에만 늘어난 자산이 6조7,000억원에 달해 이 속도라면 연말 국내 1위인 미국계 외은 지점 자산(54조2,989억원, 9월 말 기준)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계 은행들이 최초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외국은행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중국계가 급부상하는 사이 유럽계는 몰락했고 미국계의 성장세는 주춤하다. 현재 국가별 외은 지점의 자산 비중을 보면 9월 말 기준 미국계가 20.1%로 가장 많고 중국계가 17.9%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국내 외은 지점 시장을 지배해온 유럽계는 자산 비중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감소해 국내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잃고 있다.

전통의 금융강국인 영국계는 2011년만 해도 18.2%로 가장 높았으나 올 9월 말에는 11.9%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계 은행들의 급부상은 저금리로 갈 곳 잃은 돈이 위안화 예금에 급격히 몰리면서 생긴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위안화 예금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98억4,000만달러로 2011년(8,000만달러)에 비해 200배 넘게 늘었다. 이에 따라 중국계 은행의 위안화 예금을 기반으로 한 국내 증권사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시장도 크게 활성화됐으며 중국계 은행들은 국내에서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중국 시장 대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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