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착륙 사고로 재난이 기업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은 돌발 변수인 만큼 주가에 일시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기업의 대응 수준에 따라서 향후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7일 사고 발생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다음날인 8일 전 거래일 대비 5.76%나 하락한 4,825원에 장을 마감했다. 9일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10일 다시 하락세로 마감해 약세를 이어갔다.
연구원들은 "가뜩이나 고유가와 환율 때문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사고로 상당한 이미지 손실을 입게 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목표치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탑승객의 절반과 사망 승객이 중국 환승객인데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미주노선 공급 증가 속에 환승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며 "환승은 중국인의 경우 대체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주노선을 확대 중인 아시아나항공에 단기적인 영향에 그친다고 볼 수 없으며 향후 사고 원인 규명과 중국 환승 및 미국 인바운드 영업 상황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과실이나 기체 이상으로 밝혀질 경우 아시아나항공에서 승객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움직임과 향후 평판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과거에 발생한 재해ㆍ재난 사고에서 기업의 초기 대응과 향후 해당 기업에 대한 사회와 시장의 평가를 예측할 수는 있다.
2007년 12월 삼성중공업은 최악의 해양 기름 유출사고를 냈다. 사고가 발생한 12월7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전날 대비 6.42%나 하락했으며 사고 발생 두 달여가 지난 2008년 1월30일에는 2만5,400원으로 장을 마감해 사고 발생 전날(2007년 12월6일)의 4만2,200원에 비해 주가가 39.5%나 빠지기도 했다. 이렇게 추락하던 주가는 이후 삼성중공업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문(2008년 1월21일)을 발표하고 이사회(같은 해 2월29일)를 열어 발전기금 1,000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조금씩 진정됐다.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사고 발생 후 6개월 만인 2008년 5월에야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초기 대응엔 실패했으나 이후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며 가까스로 주가를 안정시켰다.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대형 재난사고로는 2010년 4월20일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영국계 석유회사 브리티시퍼트롤리엄(BP)의 원유 유출 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에도 아시아나항공 사고와 마찬가지로 사고의 책임을 두고 미국 정부와 BP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기름 유출 사고를 'BP 기름 유출 사건'이라고 불렀지만 BP 측에서는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이라고 불렀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떠나 BP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는 언론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당시 AP통신은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 이후 BP가 발표한 기름 유출량과 환경 피해 규모, 기름 차단 방법 등에 대한 발표가 계속해서 거짓이나 오류로 판명되면서 회사의 신뢰도가 회복 불능 사태에 이르렀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고 발생 전날인 4월19일 BP의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당 59.52달러에 장을 마감했으나 이후 계속해서 하락해 사고 발생 후 두 달 만인 6월25일에는 27.02달러까지 추락했다. BP의 주가는 사고 발생 후 1년이 지난 2011년 4월20일에도 44.47달러에 거래를 마쳐 사고 발생 전날에 비해 25%나 낮았다. 특히 당시 유가 상승으로 인해 NYSE에서 엑슨모빌ㆍBPㆍ셰브런 등 거대 석유회사들로 구성된 지수(Arca Oil Index)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BP의 낮은 주가는 이례적이다.
하지만 당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와 관련된 기업이 전부 BP와 같은 전철을 밟은 것은 아니다. 세계 2위의 유전업체인 핼리버턴, 석유 및 가스 관련 정비 제조업체인 캐머런 인터내셔널, 석유 및 가스 탐사업체인 애너다코석유 등도 사고 발생 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1년여 만에 다시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BP 사태가 주는 교훈은 과거에는 원자재 가격이나 업황 등과 같은 기업의 재무적인 문제가 중요한 투자정보였는데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정보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최근 불고 있는 경제 민주화 바람과는 별개로 환경적ㆍ사회적 요인 등 비재무적 요인이 향후 기업의 사회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국제적 책임 이슈에 직면해 있으며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