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협박에… 힘 못쓰는 G2

미국-6자회담 재개 추진동력 잃어 MD체계 통한 억지정책 일관 "중국서 압박하라" 공 떠넘겨
중국-장성택 숙청 이후 친밀도 악화 지하자원 관련 대북교역 많아 경제제재 섣불리 나서지 못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가운데 북핵 해결 열쇠를 쥐고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과 중국 등 소위 주요2개국(G2)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려만 꾸준히 표할 뿐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과 관련해) 한미일 3국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집권 2기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만큼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기대됐지만 기존 입장만 반복한 셈이다. 북한은 "우리의 핵·경제 병진노선 관철을 막을 자 없다"고 밝히며 미국의 압박에 계속해서 반발하는 모습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창구인 6자 회담 또한 미국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어 재개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워싱턴 정가에서는 소위 '비둘기파'가 씨가 마른 상황이라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할 동력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 미국은 미사일방어시스템(MD) 구축에 초점=특히 미국은 북핵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한미일 동맹 강화와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과 같은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에둘러 접근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방안에 대해서는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며 중국 측에 공을 넘기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는 "북한의 핵심 교역 국가인 중국이 경제 제재에 보다 적극 동참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며 "중국은 북한이 자신들에게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중국 측을 압박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 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이란 핵협상이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사태 등에 비해 북핵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이 항상 실용적인 외교정책을 선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MD를 통한 대북 억지정책이야 말로 6자회담에 비해 확실한 효과를 낼 것이라 판단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중국 '우리에게 북핵해결 떠넘기지 마라'=중국은 북한과의 사이가 가깝기는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만큼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KOTRA에 따르면 북한 무역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8%를 넘어설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크기는 하지만 중국 측이 관심을 쏟고 있는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사업이 많아 섣불리 경제 제재에 나서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 또한 김정은 정권 들어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인물들도 상당 부분 교체돼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 안정화'를 중시하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져 이후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자신들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중국을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해달라며 중국 당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문제 서로 공 넘기기=그래서 중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책임을 넘기고 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최근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도록 중국 측에 압박을 가하는 데 대해 "미국이 수행 불가능한 임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중국 외교부 또한 "당사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더욱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사태는 더욱 꼬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대는 핵실험 강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또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 모든 수단을 동원, 북한의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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