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부터 국내 수출기업의 운전자금 외화대출 상환기한을 추가 연장해주기로 함에 따라 최근 원ㆍ엔 환율 급등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외화대출 용도제한 완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8월10일 이전에 운전자금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은 지난 3월 연장 허용된 기존 1년에 1년을 추가한 2년 이내로 상환기한이 연장되고 상환 횟수에 대한 제한은 폐지됐다. 3월 외화대출 상환기한 연장허용조치(1년에 한해 1년 이내 허용)에 따라 이미 한 차례 만기를 연장한 경우라면 2년에서 앞서 연장한 기간을 차감한 기간 이내에서 외국환은행의 자체 판단에 따라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이 같은 조치로 외화대출, 특히 엔화대출의 만기압박으로 엔고에 따른 막대한 환차손을 떠안아야 했거나 고금리 원화대출로 갈아타야 했던 기업들은 당분간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원ㆍ엔 대출은 불과 2개월 전인 8월 말 100엔당 990원대에서 연일 폭등해 1,500원대를 훌쩍 넘은 상황. 2개월 전에 엔화대출을 받았다면 이자부담은 차치하고 대출 원금만 6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그동안 통화당국에 엔화대출 만기연장을 강력하게 요구해온 중소기업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기 추가연장으로 엔화 환율이 안정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밖에도 키코 등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했다가 환율급등으로 환차손을 입은 수출업체에 대해 신규 외화대출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외화대출과 상환기한 연장 모두 중소기업중앙회가 요청한 사항으로 한은이 이를 받아들인 것에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은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488억달러로 올 들어 29억달러가 증가한 상태다. 용도별로는 시설자금 대출이 53억달러 늘어난 반면 운전자금 대출은 33억달러 감소했으며 통화별로는 미 달러화와 엔화대출이 각각 15억달러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