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 측은 지난달 16일 이건희 회장의 소송을 대리할 변호사로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용현 권순익, 세종의 윤재윤 오종한, 원의 유선영 홍용호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문 분야와 실무 역량을 고려했다" 며 "법무법인과 관계 없이 개별적으로 선임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중 법무법인 원 소속인 홍용호(43ㆍ연수원 24기) 유선영(50ㆍ연수원 17기) 변호사의 이름이 눈에 띈다. 국내 7위 안에 드는 태평양이나 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이들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은 지난 2008년 7월 법무법인 자하연ㆍ한빛ㆍ새길이 합쳐지면서 출범했다. '원(The one)'이라는 이름도 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뜻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라고 원 관계자는 전했다. 신생 법무법인이었지만 구성원 면면은 화려했다. 원은 같은 해 8월 강금실(55) 전 법무부장관을 영입했고, 1년 뒤에는 김영삼 정부 시절 '소통령' 김현철씨 수사를 맡았던 심재륜(68) 전 고검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 밖에도 최근 실력 있는 전관들을 영입해 짜임새를 높였다. 유 변호사는 창립 멤버로 원 출범 때부터 함께 했고, 홍 변호사는 지난해 합류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인 홍 변호사는 기업과 M&A(인수합병)자문, 국제중재 및 소송 등의 분야에서 10년 간 국제거래 및 기업관계 전문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했다. 7년 전 미국 뉴욕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난 2000년부터 10년 간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일한 바 있다. 현재는 원의 국제법무팀장으로서 국제중재 업무, 해외투자유치 및 개발프로젝트 등에 관한 자문 업무를 맡고 있다.
유 변호사는 1985년 제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역시 김앤장을 거쳐 개인 변호사 사무소를 열었다. 20년 넘게 변호사로만 활동해온 그는 베테랑 송무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유 변호사는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2000년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적 있다. 법조계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나 정치적 소신 발언 또한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기업 M&A전문인 홍 변호사와 회사 간 소송을 주로 맡은 유 변호사가 이 회장측 대리인에 포함된 것을 두고 의외라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들 두 변호사의 합류에 의미를 찾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성 쪽이 이번 소송을 단순한 상속권 소송이 아니라 기업 지배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판에서 이맹희ㆍ숙희, 최선희 씨 등이 승소해 이들이 청구한 주식을 인도 받는다면 삼성 그룹의 지배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