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물경제 빠른 속도로 냉각

제조업경기 7년만에 최악…일본·유럽도 주요지표 크게 악화


미국 실물경제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눈에 띄게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의 호주머니가 닫히면서 소비의 정점에 있는 자동차는 11개월 연속 판매량이 줄어 급기야 월간 판매대수가 1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해 미국 제조업경기는 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전날 발표한 9월 제조업지수는 43.5로 전달(49.9)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난 1984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2001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월간 전망치(49.5)보다도 훨씬 낮다. ISM 제조업지수는 50보다 높으면 ‘경기확장’을, 50보다 낮으면 ‘경기위축’을 의미해 지수급락은 경기가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제조업 경기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위축되는 것이 확인된 이상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갔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도 전년 대비 11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17년 만에 최장 기간의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8월보다 24% 감소한 96만4,873대를 기록, 1993년 2월 이후 15년7개월 만에 100만대를 밑돌았다. 업체별로는 그동안 소형차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비교적 선전한 도요타자동차가 32% 급락하며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닛산(-37%), 혼다(-24%) 등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 역시 고전했다. 미국 ‘빅3’ 가운데 크라이슬러와 포드자동차도 33%, 34%나 판매가 감소했으며 GM은 16% 떨어져 예상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현대ㆍ기아 등도 30% 이상 판매가 급감했다. 경기부진으로 기업들의 수익도 급감하고 있다. 전날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3ㆍ4분기 실적부진(어닝쇼크)이 우려되는 정보기술(IT) 등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IBM 주가는 전날 실적부진 우려로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IBM은 오는 16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달러 강세로 이익 감소폭이 클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나돌았다. 마이크론 역시 3ㆍ4분기 손실규모가 지난해의 두 배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경기냉각 신호가 나타났다. 전날 발표된 유로존의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5를 기록, 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는 당초 추정치(45.3)보다 낮아 유로존 경기부진이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내 대형 제조업체의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단칸지수도 3ㆍ4분기 –3으로 2003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등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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