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총각도 동남아로 '결혼원정' 부모봉양·전셋집에 살 땐 여성들 대부분 고개돌려 국제결혼 처음엔 말려도 이제는 주변서 부러워해
입력 2006.03.24 17:16:35수정
2006.03.24 17:16:35
개발도상국 여성과 국제 결혼하거나 이를 결심한 남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조건과 외모, 경제력만을 따지는 한국 여성들에게 넌더리가 났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혼까지 약속하고 사귀던 여성들이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거나 자신의 재산상황을 공개하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아픔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대학졸업 후 서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김모(28)씨는 경북 안동에서 과수원을 하던 아버지가 2년 전 쓰러지자 고향에 내려가 과수원을 이어받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당시 김씨와 교제해온 여성은 ‘농사지으면서 시골에서 살지는 못 하겠다’며 냉담하게 이별을 선언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그는 국제결혼 정보업체의 문을 두드렸고 26살이던 2004년 11월 베트남 여성을 아내로 맞았다.
그는 “처음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망설임도 많았고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제가 후배나 친구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엔 말리시던 부모님도 며느리가 들어와 싹싹하게 굴고 아들까지 낳자 너무 대견해 하신다”고 전했다.
결혼시기를 놓쳐 선을 보다 자신의 조건을 받아줄 여성을 찾지 못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7급 공무원인 최모(36)씨는 지난해 중국 여성과 결혼했다. 최씨는 “공무원이란 직업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지방대 출신에 1,500만원짜리 전세집이 전재산이란 점을 알고 나면 여성들이 다 고개를 돌렸다”고 결심배경을 밝혔다.
구소련의 백인 여성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팔등신 미녀와 함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20대들도 많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의 무대이기도 한 우즈베키스탄은 고려인 후손들이 많아 한국남성과 현지 여성의 국제결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인의 자격조건을 강화하는 추세도 농촌총각보다 도시 직장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 남성의 소득ㆍ재산 증명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별로 재산, 직업 등을 증명하는 서류제출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본인들이 주체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경우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어서 결혼 후 만족도가 더 높은 편”이라며 “국제결혼은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