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복지예산 지출을 올해보다 10%가량 늘려 총 11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추진한다. 복지예산의 절대적 규모뿐 아니라 증가 규모 자체도 사상 최대에 이르는 셈이다.
아울러 임기 내 재정적자 탈출(균형재정) 달성을 공식석상에서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균형재정 달성 각오를 밝히지 않은 것도 역대 정권 초유의 일이다.
정부는 또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복지예산 요구에 밀려 분권교부금 대신 국고의 직접지원을 늘려주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소비세율은 오는 2015년까지 매년 3%포인트씩 인상(5%→11%)하기로 했으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지출은 최대한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17일 복수의 정책당국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각계 경제전문가들과 주요 지방자치단체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재정정책자문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및 2013~2017년 중기재정계획과 관련해 이같이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 자리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 안팎'으로 전망한 뒤 내년도 정부 재정지출이 올해보다 4~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의 재정지출 총액이 349조원(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 반영 기준)이므로 14조~17조원 안팎으로 지출을 늘린다는 이야기다.
이 중 10조원가량이 복지지출 증가분이다. 올해 정부 복지지출 총액이 99조4,000억원(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 반영 기준)으로 100조원에 육박하는데 이를 내년에 10%가량 늘리겠다고 자문위에서 기재부가 밝혔기 때문이다.
한 자문위원은 "올해 예산안의 복지지출 증가율이 4~5%대였는데 이를 한해 만에 두 배나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거의 초유의 일"이라고 걱정했다.
기재부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과 박근혜 정부 임기 5년간의 중기재정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균형재정 달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자문위원이 왜 균형재정 이야기가 빠졌냐고 묻자 정부 관계자는 "현정부는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을 공약한 바 없다"고 답했다고 복수의 자문위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사실 정부도 복지지출은 경제성장 효과가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한번 복지를 늘리면 기하급수적으로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 텐데 대통령 공약을 지키려니 균형재정 이야기를 슬쩍 빼는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