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불공정한 건설 하도급 계약은 법률로 무효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저가 낙찰 공공공사는 발주자가 의무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불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건설산업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14일 발표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취임 직후 "건설 분야의 불합리한 관행이 뭔지 파악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천명한 '건설업계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추진 방안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종합대책은 총 21개 과제로 제도 개선은 물론 제도의 집행력 강화까지 망라하는 한편 법 개정 사항까지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우선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하도급 업체에 비용과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불공정계약 내용이 있을 경우 해당 조항의 효력을 법률로 무효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설계변경이나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상승을 계약에 반영해주지 않거나 손해배상책임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하는 것 등은 불공정계약으로 보고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가 낙찰 공공공사에 대한 발주자 직불도 의무화된다. 국토부는 지난 4월 말 소속ㆍ산하기관에 대해 저가 낙찰시 발주자가 직불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한 데 이어 앞으로는 건산법을 개정해 모든 공공공사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 최근 중대형 건설사의 워크아웃·법정관리가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서 발급 면제 대상이던 회사채 평가 A 이상 업체도 의무적으로 보증서를 발급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정성 강화를 위해 사전심사(PQ) 기준에서 하도급 공정성 항목을 배점제로 전환하고 인센티브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종합건설업체 동일업종 간 하도급 금지는 지난달 국토부 소속·산하기관에 행정지도를 한 데 이어 모든 공공공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하도급 업체의 하자보수 기간도 원도급 업체와 마찬가지로 법으로 정하기로 했다.
건설근로자의 임금 보호를 위해 임금지급보증제도를 도입하고 원도급 업체가 법정관리 신청시 하도급 업체의 근로자 임금이 우선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 밖에 발주자와 건설업체 간 계약조건이 건설업체에 현저하게 불리한 경우 계약내용의 효력을 무효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편 거론됐던 공공공사 분리발주와 관련해 정부는 이해당사자ㆍ관계부처 간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김채규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공정한 거래관계 형성이 정책 목표"라며 "21개 과제 중 근로자임금우선변제제도 도입을 제외한 20개 과제를 올해 안에 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