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임금 전쟁 예고편 된 내년 최저임금

내년 최저임금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시간당 5,210원으로 올해보다 7.2% 올랐다. 최근 8개월째 1%대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만 본다면 사상 최대다. 저임금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소득분배 개선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최저임금위원회의 설명이다. 이번 결정으로 약 256만명에 달하는 저소득 근로자들이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108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은 어찌어찌 결정됐지만 노사의 기본입장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5,790원의 수정안을 낸 노동계 중 민주노총 소속 위원 3인은 합의안을 거부하며 퇴장했고 사측 9명도 표결 결정 직후 나가버렸다. 양측 모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발표되자마자 노동계와 야당은 물론 재계까지 유감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 간 팽팽한 힘겨루기는 앞으로 주요 현안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미 최대 현안인 통상임금을 놓고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있다. 노동계가 집단소송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지난 5월 이후 100인 이상 기업 중 135곳이 분쟁에 휩싸였고 사측도 '통상임금 규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으로 맞불을 놓았다. 노사정위원회가 다음주에 의제선정을 위한 협의를 하지만 민주노총이 빠진 상황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뿐인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시간제 정규직, 근로시간 단축 같은 시한폭탄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노사가 최저임금을 앞으로 닥칠 전쟁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한치도 물러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구 없는 미로가 따로 없다.

노사의 충돌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과 근로자ㆍ정부 누구에게도 실익이 못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모두를 갖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최악을 피하자는 자세로 임할 때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말고는 전적으로 노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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