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나라당의 '바다이야기' 따라잡기

‘바다이야기’라는 대형 정치 호재를 만난 한나라당의 이슈 ‘따라잡기’가 눈물겹다. 제1야당다운 정교함은 온데간데없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24일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단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서울보증보험 현장방문이 전격 취소된 것. 조사단의 한 의원은 “질의서도 다 준비했는데 갑자기 방문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정확한 방문 취소 사유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해프닝은 한나라당이 의욕만 내세운 채 졸속으로 추진한 게 화근이었다. 전날 오후 늦게서야 서울보증보험에 가겠다고 연락했으니 그쪽에서 흔쾌히 응했을 리가 없다. 서울보증보험은 감사원 감사 일정을 이유로 들며 한나라당 방문에 난색을 표했다. 내막을 더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현장조사 통보가 늦은 것은 조사단이 당초 이날 문화관광부를 방문하려다 서울보증보험으로 대상을 급히 변경한 탓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날 문화부를 대상으로 국회 문광위에서 예산심의가 예정돼 있었다. 문광위의 한 관계자는 “이 일정은 이미 이달 중순 확정된 것”이라며 의아해했다. 정치권 스스로 문화부 공직자를 국회로 불러놓고 국회 다른 편에서는 이를 모른 채 텅 빈 문화부를 찾아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뻔했다. 그런데 실은 이 문화부 방문 계획조차 국무조정실 방문의 ‘대타’였다. “처음에는 국무조정실을 방문하려 했지만 추후 사건의 본질상 국무조정실보다 문화부를 조사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주영 조사단장의 설명이다. 정교한 기획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손발을 움직이려는데 국회의원이 국회 일정도 챙기지 않는 등 이마저도 허점투성이다. 한나라당은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의혹이 권력 핵심부의 ‘게이트’라고 규정, 진상조사단을 구성했지만 실상은 이렇다. 뿐만 아니라 전날 영상물등급위 방문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사건 핵심 관계자의 신상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25일에는 엉뚱하게도 법무장관 인사청문회가 있어 한나라당의 바다이야기 현장조사 일정은 없다고 한다. 처음부터 바다이야기 의혹을 파헤친 것은 언론이지 제1야당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언론 보도 뒤치다꺼리에 급급하다보니 한나라당의 현안 주도는 옛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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