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9월 11일] 가을날(HERBSTTAG)

'내가 사랑하는 시'중 (해냄 펴냄)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지시고, 평원에는 바람을 풀어줍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가득가득 하도록 명해주시옵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녘의 낮을 주시어, 무르익는 것을 재촉하시고 무거워가는 포도에 마지막 달콤함을 넣어주소서. 이제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도록 살 것이며, 깨어 앉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나뭇잎이 구를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방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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