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정책을 한층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기준인 물가목표의 변동폭을 키운다. 선진국에 비해 변동폭이 작아 인플레이션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은 내부의 지적과 내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10~2012년 중기 물가안정목표 설정 협의과정에서 한은 측은 물가안정목표의 변동폭을 ±0.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제시했다.
물가안정목표의 변동폭이 커지면 3%를 기준으로 2.5~3.5%에서 물가를 안정시키던 통화당국은 2~4%에서 통화신용정책을 펼치게 된다. 한은은 이번 협의과정 초안에서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목표치를 3±1%로 제시했다.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치 변동폭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물가관리의 융통성을 확대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는 배럴당 140달러(두바이 기준)까지 치솟은 국제유가와 1,500원에 이른 원ㆍ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4~5%대의 고공행진을 벌였다. 올 들어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까지 급락한 뒤 투기거래 때문에 70달러대로 다시 상승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회복 이후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통화정책의 재량권을 확대하기 위해 변동폭을 1%포인트로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등의 추세를 감안할 때 변동폭 확대의 필요성은 있지만 경기흐름을 좀 더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 입장을 정리해 한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