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국민촛불행동 집회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달 29일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인 2만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이 참여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이행을 요구했다. /김주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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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개나리 필 때(등록금 납부시기)만' 반짝하다 사라진다고 '개나리 투쟁'이라고도 불리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운동. 그런데 올해는 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미 2주 넘게 집회를 진행하고 있고, 정치권의 반값등록금 정책 대결과 학부모ㆍ시민단체가 가세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규모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엔 끝장을 본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대학 등록금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등록금 이외의 수입을 늘리는 것과 함께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무이자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 확대, 부실대학 정리 등 다양한 개선책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학 스스로의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문적인 재정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과 적극적인 기부금 모금을 통해서도 충분히 고액 등록금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5% vs 8.8%= 국내 대다수 사립대는 학생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고 있다. 일부 부실사학은 90% 넘게 등록금 수입만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전국 152개 일반 사립대의 '2010년 교비회계 통합자금예산서(수입)'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의 운영수입 15조4,000억여원 중 65%(10조 1,500억여원)가 등록금 수입이었다. 법인이 수익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의 일부를 교비회계에 납입하는 '재단 전입금'은 8.8%에 불과했다. 국고보조금과 미사용 전기 이월금 등을 제외하면 수입의 75%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모 사립대 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예산을 굴리고 적립금도 그런 차원에서 투자해야 하는데, 인력이나 전문성 면에서 (국내 대학들은)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재정운용 자체가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재정운용 전문ㆍ견제기구 없어= 재정운용 손실은 전문적인 평가ㆍ감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각종 사업이나 적립금 등 재정 집행이 이사회 독단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재정 실태와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197개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정 확충을 위한 자율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39.8%에 불과했다. 10곳 중 2곳 꼴로 특별한 재정확보 계획이 없다 보니 '재정확보 계획 대비 추진 실적이 60% 미만'이라는 대학이 42%나 될 정도로 실적이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11개 대학이 펀드ㆍ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피 같은 돈' 124억여원을 날리는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장기 플랜 하의 전문적인 재정 확보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감시기능이 부실한 것도 문제다.
김재삼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적절한 재정운용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는 쪽보다는 자산 불리기에만 고민이 많다 보니 고수익을 목적으로 한 수익모델을 좇는 게 사실"이라며 "재정의 올바른 운용ㆍ확충 등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나 평의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이 같은 부작용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기부금 모금 문화 정착 안돼= 기부금 모금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도 한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2010년 기준 152개 일반 사립대의 기부금 수입은 5,551억여원으로 미사용 전기 이월분 및 자산ㆍ부채수입을 제외한 전체 운영수입(13조6,000억여원)의 4.08%에 불과했다.
기부금 수입 비율이 5%를 넘는 학교는 152개 사립대 중 45곳뿐이었고, 대구외대와 광주가톨릭대, 성민대처럼 기부금 수입이 아예 없는 학교도 있다.
◇발전기금 모금 전문화 필요= 이 같은 상황에서 각 대학 기금 모금 관계자들은 "장기 계획 하의 모금 활성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아이비리그 등 선진국의 유수 대학들은 펀드레이징(fundraising) 관리 전문가를 따로 선임, 자율적으로 졸업생 네트워크를 운영ㆍ관리하면서 발전기금을 모금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평균 5~7년 단위의 대규모 기부 캠페인도 진행된다.
예일대는 지난 2006년 기부금 모금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목표치를 35억 달러로 잡았다. 올해 말 마감되는 이 캠페인을 통해 예일대가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은 33억이 넘었다.
이정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하버드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사립대의 총 재정규모는 50분의 1 수준이지만, 대규모 사립대들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기부금 액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기업 관계자나 동문들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대학이 등록금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운용 투명ㆍ신뢰성 확보 우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져 모금이 어려운 지방대의 경우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전제로 기업이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기부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신애 건국대 발전기금본부 모금기획부장은 "모든 대학이 기부금 모금을 통해 운영 비용을 마련하려 하지만 큰 기부를 할 수 있는 기업이나 동문은 모두 서울의 일부 명문대 출신들"이라며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대학 스스로 발전기금을 투명하게 운용하면서 신뢰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