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애플 CEO 스티브 잡스. 그에게는 또 다른 애칭이 있다. '최고 경청자(Top-listener)'다. 임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신선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경영에 반영하는 대표적 CEO 중 한 명이다. 실제로 애플은 비밀경영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나 고객사가 보내온 메일에 직접 답하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은 잡스의 답변 메일을 돌려보며 함께 열광하기도 한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잇단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스마트 시대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도 스티브 잡스의 '소통'덕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최근 들어 '소통경영'에 더 한층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앞다퉈 '소통'을 주요 화두로 제시하며, 직원과 소비자를 향해 마음을 문을 열고 있다. 이에 맞춰 회사들도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바짝 다가서며 쌍방향 소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사내외 소통이 과거에 CEO 메시지, 임원회의, 홈 페이지 등 일방적이고 형식적 측면에 그쳤다면 요즘은 '스마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소통경영'이 핵심 경영기법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김치풍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1세기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조직 내 인력구성이 다양해 지면서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소통을 통해 리더와 구성원과 비전과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기업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소통의 창'을 활짝 열고 있다. 사내 소통에서 삼성은 요즘 '내부에 먼저 알리고 대화하라'라는 게 불문율이다. 사내 뉴스매체인 '미디어 삼성'을 통해 이건희 회장 복귀를 제일 먼저 직원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CEO들 역시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객과 소통 강화를 위해 삼성그룹은 블로그와 트위터를 오픈했다. 삼성전자도 블로그와 트위터를 가동 중이며, 다른 계열사들도 인테넷 등을 활용해 고객과 일대일 대화에 나서고 있다. 평소 '소통경영'을 강조해온 LG그룹은 소통의 창구를 더욱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진두지휘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게 사내 소통 강화 일환으로 계열사별로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LG전자의 '디지털보드', LG화학의 '사원협의체' 등 과장급 이하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이들 협의체는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며 회사의 문화를 바꿔 나가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트레킹을 시작으로 걷기를 활용한 소통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은 축하할 일이 있는 직원 가정에 선물을 보내며 직원을 넘어 가족까지 챙기고 있다. 사외 소통 일환으로는 LG전자가 1년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해 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도 다양한 사내외 소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도 연일 사내외 소통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내 소통 창구로 '지식공동체'을 들 수 있다. 직원들이 인터넷상에서 지식과 콘텐츠를 공유하는 장이다. 현재 3,600여개의 지식공동체가 가동되고 있다. 사외 소통 창구로는 최근부터 운영에 들어간 'H 갤러리'가 있다. 'H 갤러리'는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인터넷에 오픈 한 공간이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포스코의 정체성은 앞으로 신뢰와 소통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꾸는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소통에 적극적이다. 사내에서는 상하간 소통은 물론 횡적 소통에 주력하고 있고, 사외소통에서는 고객사와 소비자에 더 한발 다가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 회장은 임원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소통의 능력'을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SK그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소통경영을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해마다 10여 차례 연수원을 찾아 교육중인 임직원들과 토론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소통 경영자로 손꼽히고 있다. 박용만 ㈜두산 회장도 하루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리며 소비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통하면 형식적이고, 일방적으로 흐르는 게 보편적이었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소통 없이는 회사의 발전도 없고, 고객들로부터 신뢰도 못 얻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멀지 않아 우리 경영계에서도 스티브 잡스처럼 최고 CEO가 직접 나와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도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