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증가 감퇴→소비위축→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는 고용발(發) 경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조짐이다. 지난 3월 취업자 증가폭이 5% 성장의 바로미터로 인식됐던 40만명은커녕 20만명대로 추락하는가 하면 청년층의 취업 상황도 좀체 나아질 기미가 없다. 더욱이 일자리의 추이와 분포를 보면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일자리 창출능력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일자리 20만명대로 추락=통계청이 13일 내놓은 고용동향에서 3월 실업률은 3.9%로 지난해 동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겉만 봐서는 웃음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취업자 수를 보면 상황은 악화되는 모양새다. 전체 취업자 수가 2,284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7만2,000명(1.2%)이 늘어나는 데 그친 것. 1월(39만3,000명)과 2월(32만7,000명)에 이어 수축 속도가 너무 빠르다. 고용의 질도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임금 근로자는 늘고 자영업주는 줄어든 것은 일단 희망적이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율이 2.2%로 전달 감소폭인 1.7%에 비해 커진 것은 걱정스럽다. 기업들도 미래 경기를 어둡게 보고 사람을 쓰지 않으려 하는 탓이다. 이런 현상은 곧장 청년층 취업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3%대를 유지하던 20대 청년의 취업자 감소폭이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4%대를 유지했다. ◇일자리 창출능력 퇴보=정부는 올 경제운용계획을 만들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를 35만~40만명 수준으로 잡았다. 성장률 1%당 7만5,000~8만명 정도로 보고 5% 성장에 맞춘 수치다. 성장률만큼은 기대에 부합했다. 재정경제부는 1ㆍ4분기에 전 분기 대비 1.6% 이상의 성장률, 연율로 6%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 따른다면 넉넉잡아 1ㆍ4분기 일자리가 40만명 이상은 됐어야 한다. 그런데 3월 취업자 수가 27만2,000명에 그치면서 1ㆍ4분기 취업자는 월평균 33만1,000명에 그쳤다. 성장률과 고용의 톱니바퀴가 너무 맞지 않는다. 정부도 부분적으로는 이를 인정한다. 내부분석 결과 5% 성장에 33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30만명도 채 될지 의문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제조업에서 자동화와 IT화가 진전되면서 생산과 고용간 연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은 이미 굳어진 현상이다. 최근에는 도소매 부문에서까지 인터넷쇼핑 등 무점포 업체가 늘면서 매출증가에도 고용은 떨어지는 역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최연옥 통계청 고용복지통계과장은 “구조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우려는 ‘고용 없는 성장’이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다. 2월 소비재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 줄어든 것도 실상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 컸다. 취업자가 없으니 소비가 늘지 않고 이는 다시 제조업 투자를 살리지 못하는 고약한 성장 패턴이 그려지는 셈이다. 수출 호황이 내수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아 생겼던 경기의 ‘공(空)회전’ 현상이 고용 부진을 고리로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