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속 지혜와 관록으로 잔잔한 감동 선사하며 20위권 클라크ㆍ존슨, 챔피언 조로 최종일 맞대결
입력 2011.07.17 15:37:07수정
2011.07.17 15:37:07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완고한 노인 같았다.”
골프닷컴은 성난 바다처럼 폭풍우가 몰아친 링크스 코스에서 의연하게 경기를 펼친 톰 왓슨(62ㆍ미국)을 이렇게 표현했다. AP통신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선수는 왓슨”이라고 썼다.
백전노장 왓슨은 제140회 브리티시오픈(디 오픈)에서 또 한번 나이를 잊은 샷으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왓슨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파70ㆍ7,211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2오버파 72타를 쳤다. 중간합계 4오버파 214타로 3라운드까지 순위는 공동 25위.
2오버파는 날씨를 감안하면 뛰어난 성적이었다. 왓슨이 경기한 현지시간 오전에는 티 위에 올려놓은 볼이 비바람에 떨어지지 않도록 캐디들이 우산으로 막아주는 모습이 자주 눈에 비쳤을 정도로 기후가 좋지 않았다. 동반 플레이 한 27세의 리키 반스(미국)가 8타를 잃는 등 많은 선수들이 무너졌지만 왓슨은 악천후 속에서도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4번홀(파4ㆍ495야드)에서는 관록이 빛났다. 긴 데다 바람까지 불었지만 왓슨은 첫번째와 두번째 샷을 모두 드라이버로 친 뒤 파 세이브를 해내는 지혜를 과시했다. 이날 이 홀에서 버디는 단 1개도 나오지 않았고 3타, 4타를 까먹는 선수가 속출했다.
왓슨은 1983년 디 오픈까지 메이저대회 통산 8승 가운데 5승을 브리티시오픈에서 수확한 ‘링크스의 남자’다. 2년 전에는 디 오픈 사상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운 뒤 준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 6번홀(파3)에서는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링크스에서는 퍼터를 잘 이용해야 하고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즐겨야 한다”면서 “비바람이 불 때는 볼을 강하게 치려 하면 안 된다. 나는 나이가 많아 세게 치려고 해도 못 친다”고 말했다. 필 미켈슨(41ㆍ미국)은 “디 오픈에서 악천후가 계속된다면 누구도 왓슨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선두권에는 오후 들어 온화해진 날씨의 덕을 본 선수들이 포진했다.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가 합계 5언더파로 선두에 나섰고 더스틴 존슨(미국)이 1타 차 2위에 올랐다. 이들은 이날 밤 챔피언 조로 최종라운드 맞대결에 들어갔다. 바로 앞 조는 공동 3위 토마스 비요른(덴마크)과 리키 파울러(미국ㆍ이상 2언더파)로 묶였다. 유럽 선수와 최근 5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이 없는 미국 선수가 대결하는 양상이 됐다.
3라운드까지 재미교포 앤서니 김(26)이 미켈슨 등과 함께 공동 7위(이븐파), 양용은(39ㆍKB금융그룹)은 공동 22위(3오버파)에 올랐다. 또 US오픈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25위(4오버파), 노승열(20ㆍ타이틀리스트)은 공동 37위(6오버파), 최경주(41ㆍSK텔레콤)는 공동 48위(8오버파), 황중곤(19)은 71위(15오버파)에 자리했다. ‘메이저 무관’의 세계랭킹 1ㆍ2위 루크 도널드와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는 컷오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