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연구 참여기업 신산업 생태계 다진다

관련 업체 480여개사로 늘어 다원시스 등 잇단 해외 진출
항공우주 분야로 영역 확장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들이 오는 6월 플라스마 실험을 앞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가열장치 및 진단 장치의 성능향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

거대과학은 기후변화와 우주탐사 등 인류 발전과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대형 연구 사업으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시설·인력·예산 투자와 오랜 연구기간이 요구된다. 하지만 성공적인 거대과학 연구는 신산업 창출의 씨앗이 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산업에 지대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융합 연구가 여기에 속한다. 실험 7년 차를 맞은 토종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의 연구개발(R&D) 참여기업들을 중심으로 핵융합이라는 신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또 관련 기업들이 그동안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사업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전세계 핵융합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연구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후 국가적 관심과 지원을 통해 2007년 KSTAR가 개발됐고 이듬해 세계 최초의 플라스마 발생에 성공하며 명실공히 핵융합 강국으로 부상했다. 초고온·고진공·극저온·신소재 등 첨단 극한 기술의 집합체인 만큼 KSTAR의 기술개발과 장치 제작은 많은 연구기관과 산업체의 협력 하에 이뤄졌다. 건설과정에만 70여개사가 참여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국내 핵융합 관련 기업은 핵융합 장치 분야 140여개사, 가속기 분야 340여개사로 늘어났다. 시장 규모도 연 3,000억원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오는 2019년까지 예상되는 국내 R&D 투자 규모만 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 핵융합 산업이 본격 태동한 것이다.

KSTAR를 무기 삼아 다양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기술고도화를 이룬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 국내 기업들은 핵융합장치 건설과 파급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1등 기업의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일례로 경기 시흥 소재 다원시스는 KSTAR에 참여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전압 대전류 고정밀 전원장치 기술을 확보, 2012년 476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KAT도 초전도 선재 제작과 크롬도금 부문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공인받으며 900억원 상당의 매출 증대 및 수입대체 효과를 이뤄냈다. 특히 이 회사는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ITER와 140억원 규모의 CS 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핵융합 연구 과정에서 얻은 기술들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에 직접적 도움이 되고 있다"며 "KSTAR 참여기업들이 지난해까지 ITER 사업에서 수주한 실적만 2,700억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핵융합 업계의 영향력은 극한 기술을 요구하는 다른 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미 한국형 발사체 개발, 가속기 연구 등에 다수의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국가 기초과학 역랑을 강화하는 한편 또 다른 신산업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설계에 참여하며 항공우주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인 하늘엔지니어링이 그 실례다.

권 소장은 "전세계 핵융합 산업은 2013년 말 현재 ITER 등 연구시설 분야가 2조원, 산업·의료용 가속기 시장이 5조4,000억원 수준으로 연간 10%의 고속성장이 예견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약진은 미래의 거대 산업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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