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시대를 예술이 중심이 된 이상향이나 낙원으로 인식한다면 서양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의 체계에서 바라봐야 비로소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의 탄생배경을 알 수 있다.”
29일 서울시교육청 강동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르네상스 예술과 인문학의 탄생’을 맡은 성제환(사진)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섯 번째 마지막 강의에서 메디치가문과 마키아벨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경계를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의 강좌로 구성,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50여명이 수강신청을 한 이번 강좌는 토요일 오전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성 교수는 마키아벨리가 로마제국 공화정 부활을 시도하면서 예술과 인문학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야심이 가득했던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에 메디치 가문의 흔적을 지우려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 시청사 1층에 위치한 대회의장 벽면을 장식할 그림을 주문합니다. 바로 앙기리아 전투, 키사나 전투가 작품의 주제였지요. 로마제국 공화정을 부활시키려는 마키아벨리의 계획은 미완에 그치고 맙니다.” 성 교수는 실패한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뒤를 이어 피렌체의 권력을 다시 장악한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 강의를 이어갔다.
종교의 시대였던 중세를 벗어나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을 실현한 르네상스 시대를 말하려면 종교를 빼 놓을 수 없는 법. 성 교수는 기독교와 동시대에 등장했던 헤르메스주의와 기독교의 구원론을 비교하며 메디치가 어떻게 헤르마스주의를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도 설명했다.
“기독교는 현세인에게 고통을 표현할 논리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원죄론이지요. 우주는 천사의 영역이고 자연과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며 대신 인간은 자연을 지배할 권리를 받게 됩니다. 구원도 하나님의 권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지요. 인간은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는 수동적인 피조물이지요. 그러나 헤르메스주의의 창시관은 다릅니다. 우주는 별의 영역으로 불변불사하며 인간은 유한한 생명의 존재입니다. 신(NOUS)은 인간과 자연을 사랑으로 창조했다는 논리지요. 헤르메스주의에서는 인간이 우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별의 기운이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점성술이 여기서 탄생한 것입니다.”
강의는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이해가 500년이 지난 지금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르네상스는 세속적 권력의 주인공이었던 메디치 가문이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것이 한 시대를 풍미한 피렌체의 본질이지요. 어떠한 시대이든 정신적 물질적으로 포화상태로 정체되면 인간은 변화를 시도합니다. 르네상스는 바로 신의 그늘에 가려진 날근 시스템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냈다는 게 핵심입니다. 미술작품의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르네상스시대의 창조성까지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가 여러분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