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뽑으면 경제가 웃어요] 기업 절전 아이디어 보니

LED 전광판 끄고… 얼음 냉기로 에어컨 가동… 노타이에 냉풍조끼까지
현대백화점 4시간전에 문 열어 시원한 공기 미리유입 온도 낮춰
현대중 사업본부별 순환정전 시행 여름철 집중휴가로 전력난에 대처

외환은행이 4일 항상 전원이 켜져 있던(작은 사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외벽에 설치된 환율LED 전광판의 전원을 껐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에 동참하기 위해 전광판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제공=외환은행

#외환은행은 4일부터 서울 을지로 본점에 설치된 옥외 환율 LED전광판을 운영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 전광판에서는 실시간으로 주요 국가의 환율등락이 중계됐지만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전원을 껐다. 신한은행도 영업점이 입주해 있는 건물 옥상에 설치된 입체물 간판의 운영을 전격 중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에너지 절감형 냉풍조끼'를 개발해 여름부터 현장에 투입한다. 전력 수요량이 급증하는 비상 상황에는 건조 중인 선박들에 탑재된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건조 작업에 필요한 전기도 공급하기로 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무더기 가동 중단으로 올여름 전력수급이 최악의 고비를 맞은 가운데 기업 곳곳에서 절전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체 전력의 절반을 넘게 쓰는 산업계 협조 없이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업계가 먼저 팔을 걷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지난달 24일부터 건물 전체 출입문을 오전6시30분에 열고 있다. 4시간이나 앞서 문을 여는 이유는 시원한 공기를 미리 실내로 유입시켜 건물 내부 온도를 자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롯데마트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국 72개 매장의 무빙워크 속도를 분당 30m에서 26.5m로 떨어뜨려 무빙워크 가동에 사용되는 전력을 기존 대비 30% 이상 줄였다. 이마트는 전국 146개 매장에서 옥상 광고탑 조명 절전, 주조명 점ㆍ소등 시간 탄력 운용, 고효율 조명 교체 등을 통해 올해 에너지 사용량을 전년 대비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대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력을 아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서린빌딩 지하 5층에 얼음을 보관하는 대형 저장탱크를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심야 전력을 활용해 야간에 얼음을 얼려놓은 뒤 낮 시간 얼음이 녹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기로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으로 본사 에어컨 전력 사용 요금의 30%를 절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전력경보 주의단계가 내려질 경우 사업 본부별로 순환정전을 시행한다. 전력 수요를 분산하기 지난해처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공휴일을 8월에 앞당겨 사용하고 당일에는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7월29일부터 8월8일까지 여름철 집중휴가를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고효율 램프 교체, 지상 및 지하 주차장 절전(주간 50%, 야간 및 휴일 90% 절전), 에스컬레이터 센서 설치, 하절기 권장 온도 유지, 전력사용 피크시간대 냉방기 가동 자제 등을 실시한다. 넥타이와 재킷을 착용하지 않는 하절기 복장을 앞당겨 6월부터 9월까지 실시한다.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은행들도 에너지 절약에 힘쓰고 있다. 기업은행은 쿨비즈 착용을 예년에 비해 앞당긴 데 이어 이번주부터 본점 전 부서의 조명을 절반만 가동한다. 국민은행도 피크시간(오후2~5시)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냉방기를 30분 이상 연속으로 가동하지는 않기로 했다. SC은행 역시 ▦점심시간 조명 일괄 소등 ▦냉방온도 하향조정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힘쓰고 있다.

각계의 절전 노력에도 전력수급 상황은 연일 고비를 맞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10시22분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450만kW 미만으로 하락하자 전력 경보 '준비'를 발령했다. 이틀 연속 발령된 전력 경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