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으로 되돌아온 외환은행이 금융 당국의 중소기업 대출 관련 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환은행으로서는 낯선 행보였고 여타 시중은행들도 외환은행의 등장에 묘한 미소를 띠기도 했다.
5일 은행회관 14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자금사정 및 대출동향 점검회의'에는 단골손님이던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은행 외 시중은행으로서는 외환은행 부행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론스타가 대주주였을 때는 금융 당국 역시 외환은행은 부르지 않았다. 사실상 외국계 은행이고 론스타에 인수된 후에는 중소기업 대출에서도 그 역할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작용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에 인수된 뒤에는 금융 당국 역시 외환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국내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에 인수된 뒤 이제 국내은행이 된 만큼 예전만큼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에서도 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에서 불렀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역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외환은행 부행장 "앞으로 중소기업대출에도 신경을 쓰겠다. 지켜봐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의 대출확대는 윤용로 행장이 취임 이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 행장은 기자와 만나 "중소기업대출시장에서 (외환은행이) 잃어버린 부분을 되찾아 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행장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을 겨냥한 상품을 만들 것을 특별 지시한 데 이어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영업점 일선에 배치, 기업들의 고충을 듣고 상품 기획에 반영하라는 주문도 내렸다. 이는 외환은행이 그만큼 중소기업 대출 부분에서 열세를 보였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외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2010년 12월에 19조원 선이던 것이 올해 3월에는 16조원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 부문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외환은행이 수출 중소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여기에 맞는 대출상품을 내놓는다면 충분히 과거의 역할 이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경기가 어려워질 때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힌 뒤 2ㆍ4분기 중소기업 자금난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해 신용보증 등 정책금융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응해 신보·기보의 올해 전체 보증공급 목표(54조8,000억원) 중 56%(30조7,000억원)를 상반기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