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브랜드가 예술작품으로"

'일상용품과 미술의 만남' 표현한 전시회 잇달아
"우아미·기능성 갖춘 일상소품 얼마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
삼성·LG·SKT등 기업 로고 그림·설치작품으로 재창조

▲ 국대호 '삼성'

▲ 윤기원 '아이리버'

▲ 성은영 '코렐 접시 스탬프'

▲ 송현주 '대한항공'

앤디워홀은 캠밸수프 캔을 배열한 그림을 통해 자본주의와 대중문화를 접목시키며 팝아트의 정점을 이뤄냈다. 그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슈퍼마켓의 풍경 같은 모습이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품과 상품의 경계를 재치있게 넘나들며 현대미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상용품이 미술관에 입성하기도 한다.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클립이나 접착형 메모지 같은 자질구레한 디자인 제품들을 수집해 전시로 선보이곤 한다. 작품 속으로 들어온 상품, 예술성까지 확보한 디자인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들이 한창이다. ◇상품·브랜드와 미술의 만남= 안개가 낀 듯 뿌연 화면 너머로 삼성ㆍLG의 간판이 보이는 그림은 국대호씨의 작품. 조각가 금중기씨는 반짝이는 금속 곰에 아디아스 트레이닝복을 입혔고 지노씨는 괴물 조각상의 머리에 나이키 로고를 박았다. 이정란씨는 SK텔레콤과 만나 일상용품을 설치작품으로 재창조 했다. 김현준씨는 전자제품을 포장한 일회용 박스를 재료로 작품을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와의 충돌을 시도했다. 윤기원씨는 아이리버ㆍ카프리ㆍ초코파이 등 친숙한 브랜드를 원색적인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 장재록(BMW 자동차), 송현주(대한항공), 정명국(현대자동차), 정자영(코리아나, 아모레퍼시픽) 등 총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원더브랜드'전은 익숙한 브랜드와 미술작품의 결합을 선보인다. 그리니치커뮤니케이션스 주최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장미령 독립큐레이터는 "광고가 제품홍보의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미술은 소비자와 접하는 또다른 매개인 동시에 문화적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29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포럼스페이스 1층에 전시된다. (02)587-7080 주방용품 제조사 월드키친의 브랜드 코렐은 12월3일까지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 9층 롯데아트갤러리에서 '코렐에 담다-패턴 속 아트이야기전'을 연다. 회화와 설치작품을 제작해 온 조동광씨와 도장찍기 방식의 스탬프아트를 구사하는 성은영씨가 코렐의 5가지 패턴을 예술적 감각으로 재해석 한다. 제품을 통해 색다른 문화창조를 시도하는 전시. (02)2670-7800 ◇효율성과 예술성의 만남= 파올라 안토넬리 MoMA 디자인부문 수석큐레이터는 "우아미와 기능성을 갖추고 누군가를 위해 디자인된 물건이라면 사소한 일상 소품도 얼마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I♥NY' 로고를 높이 평가하며, 막대사탕ㆍ지퍼ㆍ주사위ㆍ마스카라ㆍ볼펜ㆍ병마개까지 '예술품' 자격으로 수집했다. 2004년 뉴욕에서 열린 뒤 유럽까지 진출해 호응을 얻은 MoMA의 '험블마스터피스, 디자인 일상의 경이'전은 현대카드 주최로 연말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려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춰준다. 한편 잘 만들어진 디자인용품은 불황에 효자노릇을 할 수도 있다.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의 올해 '디자인메이드' 전시는 불황을 반영, '디자인으로 절약하기(Daving by Design)'를 주제로 잡았다. 여러가지 기능을 갖춘 디자인 용품, 재활용된 제품 등 국내외 디자이너 50여팀이 출품한 10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해킹 이케아' '기능더하기' '자리이동하기' 등 6개 분야별로 전시된다. 12월17일까지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02) 735-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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