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토설이 30일 전해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야당은 그렇다 쳐도 여당까지 야당의 낙마 움직임에 동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진노 이유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이 서 후보자 낙마를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처럼 한나라당을 향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게 사실이라면 임기 후반기 권력누수(레임덕)를 막고 입법과제가 산적한 6월 임시국회에서 신주류가 장악한 당 우위의 당청관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또 지난 1월12일 안상수 당 대표체제에서 당의 반대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를 떠올렸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했던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사무총장 대행)은 청와대 참모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국회 농식품위에서 여야가 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언론보도 때문이었다. 특히 이 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 당직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방송 뉴스 화면에 등장한 자막을 통해 서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어떻게 여당이 이럴 수 있나’고 화를 낸다고 한다”며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따져 물었다.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좌우하는 국회 농식품위(위원장 최인기 민주당 의원) 여당 간사 위원인 강석호 의원이 친이명박계여서 청와대의 놀라움은 더 컸다는 후문이다. 배은희 대변인과 강 간사도 청와대 측에 설명을 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서 후보자 인사청문회 내내 야당은 사퇴를 촉구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쌀 직불금 부당수령 등에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날 보고서 채택을 위해 오전에 열린 회의에 야당은 불참했고 여당 역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농식품위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서 후보자에 대한 여당 여론이 안 좋다”면서 “야당의 반대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의 서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 지연에 대해 “관련사항을 정무수석실에서 보고 받았다”며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이나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