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전세계 산업계에 대대적인 감원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부채협상 타결로 향후 10년간 9,170억달러의 재정 긴축이 불가피해 전반적인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데다 유럽 재정위기까지 더해져 기업들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 전문 케이블채널인 CNBC 등 외신은 오는 5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고용지표가 실망스런 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것이라고 2일 보도했다. ◇줄잇는 감원행진= 전세계 주요 기업의 감원 행진은 전통적인 굴뚝 산업부터 금융계까지 전 업종에 걸쳐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유럽 최대은행인 HSBC는 최근 전 세계 지점에서 3만명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고 영국 바클레이은행 역시 3,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의 제약회사인 머크는 오는 2015년까지 1만3,000명의 직원을 줄이는 방안을 확정했고 지난달 파산한 미국 2위 규모의 서점인 보더스에서도 1만700여명 가량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세계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은 미국이 방위 예산 긴축에 나섬에 따라 총 6,500명을 집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며 크레디트스위스와 시스코 등도 잇달아 인원 축소 계획안을 내놓고 있다. 고용 정보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최고경영자(CEO)는 "금융, 제약, 소매, 방위, 첨단산업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인원 감축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고용 침체 장기화 하나= 문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미국 경제 사정상 앞으로도 고용 시장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올 2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1.8% 선을 예상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향후 제조업 경기를 예상하는 지표로 쓰이는 제조업지수(PMI) 역시 7월 기준 50.9로 급락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 이코노미스트는 "3%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로는 의미 있는 수준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에 실업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내수가 얼어붙어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 속에 지난 2ㆍ4분기 괜찮은 실적을 올린 기업 마저 고용 확대를 꺼리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에 따르면 S&P500 기업 5곳 중 4곳은 2ㆍ4분기 월가의 전망을 넘어선 실적을 거뒀고 애플과 구글 등은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재투자하지 않고 금고에 그대로 묶어두고 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지금은 모든 기업이 비용 절약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질식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