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脫조선' 나선다

"수주 가뭄속 새 성장동력 찾자" 사업다각화 적극
업체들 태양광·농업등 녹색산업 잇달아 진출
"불황속 무분별 사업확대는 오히려 독" 지적도


조선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탈(脫) 조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난해 말부터 '수주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업 이외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주로 해외에서 선박을 수주하는 산업인 조선업은 전세계 경기와 금융시장 동향에 너무 민감한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상당수 국내 조선업체들의 경우 조선업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등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조선업에서 발생할 정도. STX그룹은 조선ㆍ해운ㆍ에너지ㆍ건설 등 그룹 차원에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지만 핵심 축인 조선과 해운 분야를 제외한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비중은 6.3%에 불과하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지속적으로 전기전자ㆍ건설장비ㆍ플랜트 등의 사업을 확대해 지난해 비조선 부문 매출비중이 54.5%로 조선 부문을 앞질렀다. 올 1ㆍ4분기에는 비조선 부문 매출비중이 56.5%를 차지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조선산업 선발국들의 사례를 보면 조선업체들은 점진적으로 조선업 매출의존도를 낮춰왔다. 실제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 등 대형 조선업체들의 매출 중 조선업 비중은 대부분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대부분 조선업 비중이 높았지만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조선업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줄어든 것이다. 한장섭 한국조선공업협회 부회장은 "조선경기는 세계적인 경기사이클 변화에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은 조선업계의 필수 진화과정"이라며 "다만 조선 부문 매출과 비조선 부문이 동시에 성장해 조선업 매출비중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에너지 사업을 비조선 부문 확대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ㆍ풍력발전설비ㆍ농업 등 녹색산업을 육성해 비조선 사업비중을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실제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연간 태양전지 생산규모를 330㎿까지 늘리는 등 태양광 사업에 집중 투자해 오는 2010년부터는 이 부문에서 연간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2,000㎡(약 4만평)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도 설립 중이며 최근에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영농법인을 인수해 여의도 33배 크기의 해외식량기지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은 풍력설비 사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해 2015년에는 이 분야에서만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10조6,600억 중 건설 부문의 매출비중이 6.3%였던 점을 감안하면 6년 후에는 비조선 사업 부문 매출비중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위해 향후 6년간 6,000억원가량을 풍력설비 사업에 투자해 세계 풍력설비 시장 7위권(시장점유율 10%)에 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세웠다. STX그룹 역시 최근 녹색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핵심 축으로 삼아 2015년까지 이 분야에서 6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중장기 경영비전을 선포했다. 그룹은 이를 위해 태양광ㆍ풍력ㆍ수처리ㆍ저탄소 기술 등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사업을 집중 육성 분야로 선정했다. 특히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최근 "조선과 해운사업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제는 선박에 실어나를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며 에너지사업 부문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희범 전 무역협회장을 STX에너지 대표로 영입한 것도 에너지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개발-조선소 건설-자원 운송으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개발사업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이 같은 사업 분야 확대를 우려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사업확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무리한 인수합병(M&A)은 오히려 기존 조선산업의 발목마저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차세대 성장산업 진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금유동성마저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확대는 위험할 수 있다"며 "각사가 보유한 경쟁력과 시장의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체계적인 사업플랜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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