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이 즉위한 1609년 8월25일 강원도 곳곳에서 기현상들이 나타났다. 간성·강릉·원주·양양 등지에 이전에 못 보던 이상한 물체가 등장한 것. 강원 감사 이형욱은 '광해군 일기'에서 "푸른 하늘에 쟁쟁하게 태양이 비쳤고 사방에 한 점 구름도 없었는데…형체는 햇무리와 같았고 움직이다가 멈췄으며 우레 소리가 마치 북처럼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여기서 붉은빛을 띠고 크기가 3~4장(丈·약 9~12m) 정도로 묘사한 이 물체는 미확인비행물체(UFO)로 보인다. UFO가 조선 시대에 등장했다는 것은 어쩌면 그때도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존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외계인은 존재할까.'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음 직한 질문이다. 이는 넓은 우주에 우리 인류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념에 찬 의문이기도 하다. 이 신념에 불을 지핀 것은 '로스웰사건'. 1947년 7월 뉴멕시코 사막에 추락한 비행물체와 외계인처럼 보이는 사체가 발견됐다. 군은 이를 기상관측용 사진과 마네킹이라고 주장했지만 많은 이들은 이것이 외계 생명체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외계인을 단지 '이상한 존재'로 취급했다. 대부분 문어나 흉측한 괴물의 형태로 인간을 공격하거나 E.T처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만 인식할 뿐이다. 조선 실학자 담헌(湛軒) 홍대용이 '의산문답'을 통해 "가벼운 별의 생명체들은 텅 비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무거운 별의 생명체는 속이 차 있고 굼뜨다"며 차이를 인정한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액체의 소금물이 개천처럼 흐르고 있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한다. 물을 발견했으니 혹시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푸는 것은 당연할 터. 어쩌면 오랜 기간 외계인을 찾고자 했던 노력의 결실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과연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 영화 '아바타'처럼 식민지 원주민처럼 취급하지 않을까.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