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정권교체와 함께 정치ㆍ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그중에서도 남북 문제는 방향성을 쉽사리 점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한 국면에 놓여 있다. 특히 남북관계의 핵심인 경협사업과 종전선언의 경우 남북 문제는 물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설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남북경제협력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한나라당 정권의 출범으로 일정 부분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협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상반기는 관망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이 당선인이 그동안 밝혀온 대북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고 인도적 지원은 몰라도 북한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의 무조건적 경협사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가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철도 건설과 개성공단 확대, 조선협력단지 건설사업 등의 추진속도도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중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던 백두산 관광사업도 일정 부분 불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설령 이들 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이 당선인이 대북 문제의 틀을 확실히 정립하기 전까지는 사업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도 제기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이나 종전선언 문제는 경협과 다소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성향만 놓고 보면 종전선언 등이 참여정부 때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당선인의 성향이 완벽한 ‘상호주의’는 아니더라도 이전 정부와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표피적 분석일 수도 있다. 종전선언 등이 기본적으로 미국 등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 탓이다. 즉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부시 정부로서는 이란 문제에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해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로 삼으려 할 공산이 크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남ㆍ북ㆍ미ㆍ중 4개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이다. 보수적 색채의 부시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온 평화체제 및 종전선언에 큰 반대 없이 ‘암묵적 동의’를 했던 것도 이런 정치적 프로그램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은 일단 이 당선인이 취임 직후 시작할 4개국 정상외교를 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르면 3~4월로도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문제의 큰 틀이 마련될 전망이며 이를 통해 남북경협 속도와 종전선언의 큰 방향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