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한미FTA 운명은

18대 국회로 넘기면 연말께나 비준 가능성
"FTA 카드로 쇠고기 물타기" 반발 민주 결단 힘들어
美도 서둘지 않을듯…대선 오바마 승리땐 좌초할수도
전문가들 "비준하려면 17대에 해야 美압박 가능"


'시계제로' 한미FTA 운명은 18대 국회로 넘기면 연말께나 비준 가능성"FTA 카드로 쇠고기 물타기" 반발 민주 결단 힘들어美도 서둘지 않을듯…대선 오바마 승리땐 좌초할수도전문가들 "비준하려면 17대에 해야 美압박 가능"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미국 유력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한미FTA에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해 향후 한미FTA 운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韓, 안개 속 한미FTA 운명=지난해 4월2일 타결된 한미FTA 협상 결과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양국 입법부의 비준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은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FTA 비준안을 처리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마지막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놓았다. 그러나 재적의원(291명) 과반수에 한나라당 의원(111명) 수가 한참 못 미쳐 민주당(136명)의 대 결단 없이는 비준이 18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농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부결을 보면 왜 FTA 비준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표결에 붙여야 하는지 명백해진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FTA 비준 카드를 흔들어 쇠고기 문제를 물타기하려는 것” 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7대 비준안 처리가 불발돼 다음달 18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 구성에 걸리는 시간과 논란을 고려하면 한미FTA 논의는 일러야 7월쯤 시작될 수 있다. 새로운 국회의원들이 방대한 한미FTA 내용을 숙지해 본격 심의에 들어가면 7~8월 하계휴가 기간을 감안할 때 정기국회를 거쳐 연말에나 비준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7대 비준 실패에도 불구 미측이 7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우리 국회 일정도 급물살을 타겠지만 가능성은 낮다. ◇美, 비준까지 시계제로=미측 비준 일정은 시계제로 상태다. 우리측 비준 일정이 늦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한미FTA에 적극적이었던 미 정부도 서두를 가능성이 낮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지난 4월10일 제출된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안에 무역촉진권한법(TPA) 적용을 배제하며 처리를 무기한 연기, 사실상 한미FTA에도 비슷한 조치를 시사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통상정책의 전권이 의회에 있고, 행정부는 협상권한만을 위임받아 행사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17대 국회에서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시 정부가 애써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한미FTA 운명은 11월4일 미 대선과 의회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된다. 한미FTA 발효에 가장 좋은 조합은 매케인과 공화당이 동시 승리를 일구는 것이지만 미 정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물론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탈환하지는 못해도 한미FTA를 지지하는 매케인이 당선된다면 의회 비준은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회에서 유력 후보인 오바마가 대선에서도 승리한다면 한미FTA는 일대 위기를 맞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한미FTA 반대 입장에서 선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오바마의 23일 발언으로 볼 때 정부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미국의 새 행정부는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의 선택은?=비준을 한다면 17대가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중론이다. 조기 비준이 미 의회를 압박하고 움직일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정치 전문가들은 별로 동의하지 않았다. 또 비준을 먼저 했다고 오바마 당선시 재협상 요구를 봉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비준이 18대로 넘어가 우리측도 느슨해지면 미측이 재협상을 요구할 때 뿌리칠 힘이 적어지고 조기 비준이 줄 적잖은 기회도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17대에 비준돼야 일단 부시 행정부라도 압박할 수 있으며 부시가 방한하는 7월 전후 또는 대선 후 레임덕 기간에 의회 비준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 재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얻을 이득의 극대화와 손실의 최소화에도 조기 비준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조기 비준에도 불구 미측 비준 지연이나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할 때 ‘우리만 오버했다’는 정치권이나 여론의 비판이 제기돼 또 한번 국내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미측이 비준을 미루면 정부는 조기 비준 카드를 최대한 가시적으로 활용하고 미측의 재협상 요구시 분명한 우리 입장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며 “국내 비준이 늦춰져도 여론 분열과 국력 낭비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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