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즈벨트' 조성 사업 표류

정치 논리에 막혀 법안 국회서 낮잠… 내달 통과도 불투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한 필수 실험시설인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된다. 독일 중이온연
구소(GSI) 전경.

기초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사업이 정치적 논리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특별법이 제정돼 입지선정 절차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오는 6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 행정도시 축소 카드로 활용 의도"
야당, 특별법 제정에 미온적 태도 보여
중이온가속기 착공 연기·좌초 가능성도
정부는 입지선정과 함께 내년도 예산편성과 세부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상반기 내 특별법 제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과 선진당 등 야당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정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자칫 정치적 논리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착공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도=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창조적 연구환경 조성으로 세계적인 두뇌가 모이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ㆍ문화예술이 융합되는 국가 성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사항 중 하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서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해 대형 연구 및 분석 장치인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된다. 편경범 교육과학기술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추진단장은 “연구시설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중심의 지식기반 기업체를 비롯, 유수의 국내외 이공계 대학을 유치해 교육과 연구ㆍ비즈니스ㆍ금융이 어우러진 국제적 지식기반 도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사업은 지난해 3월 과학기술 분야 핵심 과제로 선정돼 과학기술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1월 종합계획이 확정됐다. 정부 입법으로 제정된 특별법은 2월 국회에 제출된 뒤 3월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미디어법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현재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특별법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이 계속 미뤄지면 입지선정과 세부계획 수립이 늦춰질 뿐만 아니라 당장 내년에만 900억원이 넘게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될 경우 2012년 예정인 중이온가속기 착공이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돼 사업이 축소 또는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정략적 이용 안 돼” 주장=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기초과학 육성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로 세종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야당은 정부ㆍ여당이 중앙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 대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이곳에 조성, 행정복합도시를 축소 또는 무산시키는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인 이상민 의원은 “현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기초과학 진흥이라는 본래 뜻에 맞게 추진하려 하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행정복합도시를 축소하는 데 따른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특별법도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마련돼 보완이 필요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6월 국회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서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 분야가 전 학문 분야로 넓어질 경우 기존의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 분야와 중복돼 R&D 예산배분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편 추진단장은 “각 대학과 연구기관에 분야별 연구단을 설치해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일단 5개 정도의 연구단을 지정한 뒤 25개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 연구단에는 연간 100억원씩 10년간 R&D 예산이 지원될 계획이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국내 기초과학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는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기존 대덕연구개발특구와의 관계설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면서 “성공적 사업 추진을 위한 과학기술계의 관심과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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