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TPP 교섭추진 서둘러야


최근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 등에서 거대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FTA의 대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지난 7월부터 일본이 참여한 사실상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은 주목할 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후 TPP 교섭의 재가속화를 향한 강한 의지, 일본의 TPP 교섭 개시와 중국의 TPP 교섭 관심표명 등 빠른 환경변화 속에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현재 12개국이 참여한 TPP를 둘러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중층적 경제협력 관계를 점검하고 역할 정립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도 논의 승차 미루면 실익줄어

우선 미국의 통상전략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미ㆍ일은 '미중전략경제대화' 혹은 '중일 FTA 교섭' 논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 카드를 단숨에 포기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오히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인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TPP 타결ㆍ발효,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이야말로 미국의 목표라 할 수 있다.

둘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등 다양한 동북아협력 구상이 논의되는 가운데 중국의 TPP 교섭전략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이 국가 간 협력에서 FTA를 중점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포괄적 FTA 교섭전략에 관심을 표명하고 경제적 효과는 물론 자원확보 측면과 외교ㆍ안보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전략목표별로 FTA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도 개혁개방노선의 확대 수단으로서 TPP 참가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셋째, 일본의 TPP 교섭 개시가 한국에 주는 교훈 및 시사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용적 대외통상정책의 추진이 절실하다. 최근 일본 경제정책의 변화를 초래한 가장 큰 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맞물린 일본 경제의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집권 당시 민주당의 경제정책 기조는 '신성장전략'이었으며 TPP 정책 추진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다. 일본의 TPP 추진은 3ㆍ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TPP 가입을 '일본 재생'의 기점(제3의 개국)으로 삼고 '잃어버린 20년'으로 지칭되는 약화된 일본의 위상에서 탈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국내 구조개혁 및 동북아지역 협력구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 적극적인 TPP 협상 참여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한국은 의견수렴을 통해 조속한 TPP 협상 참가선언이 바람직하다. 조속한 TPP 협상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교섭 참가 지연으로 발생하게 될 기회비용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TPP 참여에 따른 경제적 실익을 논하기 이전의 정치적 효과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TPP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국 조력자로서 일본의 역할론이 주목받는다. 교섭의 어젠다 세팅이나 구체적 통상 이슈 선정 등 TPP 교섭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또한 이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요구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의견수렴 통해 협상참가 선언부터

아울러 전략적 선택이 시급한 한국과 중국 또한 TPP에 뛰어들지 않고서는 절대로 한중일 FTA와 한중ㆍ일중ㆍ한일 FTA와 같은 동북아를 둘러싼 무역교섭의 톱니바퀴를 제대로 돌릴 수 없다. 또한 TPP 교섭을 FTAAP라는 종착지로 가는 노선 중 하나라고 가정한다면 분명히 한국과 중국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현재 천천히 진행되는 TPP에 승차해야 한다. 이는 승차(교섭 참가)가 늦어질수록 협상 참여국이 늘어나 한국의 통상협상 운용의 폭이 좁아지며 특히 TPP 협상의 후발 참여국은 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협상내용 파악이 어렵고 이미 합의된 협상 분야 및 내용을 일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의 TPP 참여 여부에 상관없이 조속한 TPP 발효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TPP 교섭의 걸림돌인 일본 농산물 자유화 문제, 캐나다 유제품 및 닭고기 등의 공급관리정책 등 다양한 교섭 의제가 어떻게 조율되느냐를 예의주시하며 한국형 통상교섭전략 구축을 통해 조속히 TPP 교섭 추진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