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태백산맥' 문학관 벌교서 개관


“박종철 군이 고문을 당하며 죽어갔던 바로 그 장소에서 조사를 받았고, 소설 ‘아리랑’과 ‘한강’을 쓰면서도 조사는 계속됐습니다. 그때 받은 정신적인 고통은 글을 쓰는 만큼 고통스러워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하고 한달간 몸살을 앓은 적도 있습니다. 생존 작가로 건립되는 두번째 문학관에 대한 영광과 보람 그리고 착찹함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1980년대 분단문학의 지평을 열었던 작가 조정래(65ㆍ사진)의 ‘태백산맥’이 우여곡절 끝에 전라남도 보성군의 문학 테마공간으로 거듭났다. 조정래 씨는 21일 벌교읍 회정리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완간 후 이념 시비에 휘말려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그의 소설 ‘태백산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해방과 민족분단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격동기를 다룬 태백산맥은 한국전쟁을 통해 민족 분단의 고통과 비극의 근원을 찾고 그 상처의 극복 가능성을 추구 해낸 작가의 집념이 녹아있다. 1993년 보성군이 태백산맥 문학관을 관광벨트화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조 씨가 1994년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 제작 발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한때 문학관 건립이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11년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2005년부터 다시 태백산맥 문학관과 공원 조성 사업이 진행됐던 것. 태백산맥 문학관이 후에 쓴 소설 아리랑의 문학관 보다 개관이 늦어진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근 문근영 씨의 선행을 두고 이념시비 논란이 일었던 사안에 대해 그는 “지성이라는 것은 올바로 알고 실행할 때 지성이라고 하는 데 어린 소녀의 선행을 두고 연좌죄 보다 더 무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역사적 퇴보이자 야만의 시대”라면서 “국민 전체의 이름으로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문학관에는 작가가 직접그린 지리산과 벌교 일대의 지도 등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꼼꼼하게 취재하고 조사했던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줄거리 요약본, 집필당시 사용했던 만년필, 태백산맥 초판, 100쇄 기념판, 그리고 영화 태백산맥 비디오테이프, 프랑스어판 태백산맥 그리고 작가와 소설에 얽힌 신문기사 등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한편 올해로 완간 20년이 된 태백산맥은 지금까지 700만부가 판매됐으며, 아직도 매년 10만부 이상씩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로 빠르면 내년 1월이면 200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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