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弱달러 피하자"

쿠웨이트 환율 변동폭 조정검토… 사우디도 동참說
OPEC선 유가인상 논의할듯

중동 산유국들의 '약 달러'에 대한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쿠웨이트가 환율 변동폭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발표 한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달러 약세를 반영해 유가 인상을 검토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의 셰이크 살렙 압둘 아지즈 알 사바 중앙은행 총재는 5일(현지시간) 쿠웨이트시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국 통화인 디나르의 환율 변동폭을 조정할 것임을 밝혔다. 알 사바 총재는 "수입물가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분명히 (환율)변동폭을 다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쿠웨이트가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변동폭을 절상하거나, 더 나아가 페그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웨이트는 지난 2003년 1월 디나르의 환율 변동폭을 상하 3.5%로 제한했고, 이후 지난 5월 1% 절상한 바 있다. 쿠웨이트의 이러한 행보는 외환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도 쿠웨이트를 따라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사우디 리알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0.25% 급등해 7년 10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달러 약세는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판매 주 결제원인 달러가 떨어지자 이를 반영해 유가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오는 14일 나이지리아에서 열리는 회원국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티야 석유장관은 "모든 사람들이 약달러로 인해 우리의 구매력이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계속돼 엔ㆍ달러 환율은 4개월 만에 114엔대로 떨어졌고, 유로에 대한 가치도 1.3328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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