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선급 왜 이러나

방만 경영 적발 이어 선박부품 시험성적서 엉터리 발급도

국내 유일의 국제선박검사 인증기관인 한국선급(KR)이 올 들어 신임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방만 운영에다 최근 본연의 업무인 선박부품 시험성적서 엉터리 발급 등 비위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공신력마저 추락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위조된 시험성적서가 한국선급의 인증을 받고 전국 30여 곳에 납품된 사실을 최근 적발했다. 부산 조선기자재업체 G사 등 3개 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한국선급의 인증서를 받아 발전소 등 국가기간시설과 조선소, 대기업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데 사용했다.

한국선급은 이 과정에서 시험성적서 발행, 검사관 방문 검사, 인증 등 3단계를 거치면서도 위조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채 인증을 내 주는 등 인증서 발급 체계가 허점투성이 인 것으로 드러났다. 엉터리 인증서로 기자재를 납품 받은 30여개 기업은 한국선급의 공신력만 믿었다가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한국선급은 최근 방만경영 및 불합리한 자회사설립 등을 이유로 해양수산부의 특별지도감독을 받기도 했다. 해수부는 과도한 임원급여 지급을 비롯해 허가 받지 않은 영리법인 설립, 정부대행업무와 관련 불합리한 부분 등을 상당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한국선급에 적발 사실을 통보, 자체 시정을 지시했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선급은 이 같은 방만경영 지적 속에 20년 전에 폐지했던 고액 연봉의 '부회장 직'신설을 추진하기도 해 여론의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한국선급은 작년말 본사 부산 이전을 계기로 지역 향토기업이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지역 여론과 마찰을 빚는 등 지역 기업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한 인사는 "전영기 현 회장이 내부 발탁으로 회장에 선임될 당시 기술직 출신으로서 투명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잇따른 비위적발로 사실상 공수표가 된 셈"이라며 "세계 5대 선급기관으로서 위상이 추락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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