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했던 남자 손현주 “난 나쁜 남자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황금의 제국’ 등 서 악역 변신
”배우가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만 할 수 없죠”
재벌 2세 연기 위해 수트, 셔츠 등 수십 벌 구입
”촬영장에서도 재벌답게 아무데서나 안 앉아요”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손현주가 올 들어 나쁜 남자가 됐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자신의 제자이자 남파 공작원들을 제거하는 김태원 역을 맡았고, SBS 월화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도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사촌 등 경쟁자들과 암투를 벌이는 최민재를 연기한다.

그 동안 그는 어떤 역할을 맡든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배우였다. 그러나 늘 비슷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 가해지는 비판인 평면적인 배우라는 혹평을 그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늘 비슷한 연기를 하는데도 말이다. 비슷한 역할을 맡아도 그의 연기는 늘 입체적이었다. 비슷한 역할을 한다해도 같은 사람일 수 없기에 그의 연기의 디테일은 그의 연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나쁜 남자’로 돌아온 그의 얼굴을 실제로 보니 여러 개의 얼굴과 눈빛이 있었다. 웃을 때는 장난기가, 매섭게 쏘아볼 때도 매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론 그 눈빛은 욕망을 향하고 있었고 때론 욕망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함을 느끼는 자의 불안이 있었다. 이는 그가 1년 만에 드라마 ‘추적자’ 이후 조남국 피디와 박경수 작가와 호흡을 맞춘 ‘황금의 제국’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5일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몇분 간 상영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그는 선량하기만 한 남자가 더 이상 아니었다.

추적자 이후 1년 간 그 동안의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한다.

손현주(이하 손) : 추적자 끝나고 지금 하고 있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했고, 숨바꼭질 하게 됐고 (이 영화는) 8월14일 개봉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홍보 아니다. 그냥 그날 개봉한다고 말한 거다. (저는)항상 옆집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촬영 이후엔 다시 인간 손현주로 돌아간다. 숨어있지 않고 오픈한다. 대포집에서 술 먹고. 연기자다 보니깐 평생 일일 주말 드라마만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추적자 이후 심사숙고했고 그때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총교관 김태원이 들어왔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꽃미남들 다 처형하면 추적자 이미지 벗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영화 ‘아저씨’ 무술 감독 체육관에서 살았다, (추적자는)마음 한 켠으로 보내고. 주말 드라마 일일 드라마 오면 가리지 않는다. 추적자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 보여주고 싶다.

서민적 역할을 하다가 재벌 역을 맡았다 어떤가?

손: ‘황금의 제국이 아니었으면 언제 제가 재벌을 하겠어요? 재벌을 처음 하는데 근데 또 하나 보니 할 만해요. 추적자 때는 밖에서 뛰어 다녔는데 황금의 제국‘에서는 사무실에 많이 있어요. 고수, 류승수 등이 밖에서 많이 움직여서, 더운 여름에 남들보다는 그래도 나아요. 류승수 씨는 더운 날 철거도 해야 하고, 제가 “철거해” 한마디 하면 철거를 해요.

추적자로 작년에 SBS 연기 대상, 백상예술 대상에서 TV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황금의 제국’으로도 기대하는가?

손 : ‘추적자’로 대상을 받았고, 백상에서도 귀한 상을 받았지만 그런 상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못 했다. 생각하면 꿈만 같다. 백상도 시상식 장에 처음 가봤고, 가수들 개그맨들도 많이 봐서 좋았어요.

추적자 이후로 손현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아졌다. 독한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손 : 추적자와는 매우 다르다. 조남국 피디와 박경수 작가가 캐스팅했을 때 무조건 한다 했다. 작년엔 무조건 착한 역이었는데 이번에 맡은 역할은 감정이 안 드러난다. 물론 나중에는 드러낸다. ‘황금의 제국’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황금의 제국’에서 연기에 주안점을 두고 한 것이 있다면?

손 : 박경수 작가의 글을 보면 대본 안에 모든 것들이 나와 있다, 숙제를 따로 안 해도 될만큼 철저하게. 박경수 작가 대본 보고 그대로만 하면 됐다. 사람에 대한 이중성 염두하고 연기를 했다.

‘황금의 제국’에서 착한 남자 손현주는 없고 수트가 썩 잘 어울리고 그룹의 총수가 되기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이런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이중적 인물 재벌 2세 최민재만 있었다. 실제로 그는 최민재 역을 위해 수트와 셔츠를 수십 벌 구매했고 이에 맞는 구두도 준비했다고 즐겁게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이토록 몰입하고 즐기는 ‘재벌 2세’ 최민재는 악역이지만 또 시청자들의 마음을 분명히 손현주는 훔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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