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는 지난해말 1억3,000만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해 화제를 모았는데, 그 계약 뒤에 숨겨진 기부 문화에 대해 밝혀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 1억달러를 계약했을 때 자동으로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게 옵션으로 돼 있다"고 전했다. 계약금의 1%가 자동 기부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같은 미국 갑부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후원금 등 금전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인들이 기부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이 1년간 미국을 여행하고서 지난해 쓴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그들은 왜 기부하는가'가 한국어로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을 그대로 따라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의 적극적인 복지문화를 다른 선진국들이 직면한 복지국가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미국에서 기부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대부분 자수성가형인 미국 갑부들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준 행운에 감사하고 성공한 뒤에는 이런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려 한다. 이런 '드림'은 일반 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이 예술, 보건, 교육 분야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한 국가'에 거부감을 가지면서 대신 이에 따른 빈 공간은 시민들 스스로의 역할로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정반대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큰 프랑스에서는 기부문화의 저변이 넓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사회 이념과 무관하고 국가나 시장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3 영역'이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부 역시 그 제3 영역에 속한 분야로, 국가나 시장과 다른 방식으로 진보를 추구하면서 시민정신과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말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불평등은 심화되는 반면 국가나 자치단체의 행정력과 재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생기는데 제 3영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로 그 공백을 메우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관점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공동체를 위해 상부상조하는 한국의 전통적 나눔 정신을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사회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는 정부보다 사회단체나 재단들이 더 효율적이다"고 적었다. 1만 3,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