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 모색해야 할 남북대화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성과없이 끝난 것은 예정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핵 2ㆍ13합의를 이행해야 쌀을 준다는 남한 측 입장과 쌀부터 제공하라는 북한 측 입장은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처럼 북한의 ‘몽니’에 휘둘림을 당하는 남북대화를 바라보는 국민은 정말 답답하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대화를 계속해야 할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대화를 뒤돌아볼 때가 됐다.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은 남북열차시험운행이 성공적으로 끝난 직후에 열린 터라 어느 때보다도 기대가 컸다. 남북정상회담에도 돌파구가 열릴지 모른다는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왔었으나 모든 기대와 희망이 북한의 몽니 앞에 무참히 무너졌다. 2ㆍ13합의 이행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쌀 제공을 유보한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할 일을 한 후에 쌀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를 순서다. 인도적인 입장에서 쌀 제공에 반대하지 않지만 북한 측의 태도를 보면 화가 난다. 북한의 오만과 심술은 도를 넘어섰다. 오죽하면 이번 회담이 ‘협상이 거의 없는 회담’이 됐겠는가. 이런데도 순순히 쌀을 준다면 국민의 자존심에 걸린 문제다. 열차시험운행 같은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쌀 제공하듯이 퍼주어야 한다면 남북정상회담 때는 얼마나 요구하고 나올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남북대화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만큼 대화를 거듭했으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북 측은 심술을 부리거나 으름장을 놓고 남한은 이를 달래는 식의 회담은 진정한 의미의 대화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장관급회담을 둘러싼 정부의 움직임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실현 가능성이 제기된 남북정상회담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의미를 찾기 어렵다. 회담 추진과정과 목적 모두 투명하고 순수해야 한다. 달래고 퍼준다거나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핵까지 가진 북한의 오만과 위협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도 북한에 요구할 것은 당당히 하는 등 남북대화에 임하는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장관급회담은 말해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