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신년 기자회견] '양극화 해소' 재원마련은

비과세·감면 축소-정부지출 구조조정-신규 세원 발굴부터
실탄 부족땐 증세카드 또 꺼낼듯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 “세금을 올리지는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가 향후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지출 구조조정 ▦비과세ㆍ감면제도 축소 ▦신규 세원 발굴 등이 재원 확보에 우선 동원될 전망이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에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반면 이들 세 가지 방안은 실탄 확보에 한계가 있어 증세 논의가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과세ㆍ감면제도 축소=노 대통령이 밝힌 “현행 세율과 조세체계 범위에서 감면제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안은 정부도 이미 수차례 걸쳐 강조했던 내용이다. 정부는 전체 160개의 비과세ㆍ감면 제도 중 올해 안에 일몰시한을 맞는 55개와 일몰시한이 없는 65개 등 120개 제도에 대해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은 “연말까지 일몰이 도래하는 감면제도 중 목적이 달성됐거나 실효성이 낮은 것, 경제ㆍ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라 지원 실익이 낮아진 것 등은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과세ㆍ감면제도에 소요되는 자금은 19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재경부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근로자, 농어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은 지속할 방침이어서 어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정부의 의지가 국회에서 법개정을 통해 실현될지도 미지수다. ◇정부지출 구조조정=정부는 또 상시적으로 정부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벌일 방침이다. 기획예산처는 이를 위해 국장급을 단장으로 한 태스크포스를 구성, 세출구조조정 방안을 집중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 세대를 포괄하는 중장기 비전과 재정계획을 마련 중이며 이르면 다음달 말쯤 이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기획처는 단순히 양적 구조조정 외에 재정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우선 배정되고 다른 사업은 엄밀한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등 질적 변화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기획처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 중 성과가 미흡한 부문은 예산을 삭감하고 타당성이 낮은 사업은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민간투자 유치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문을 민간에 넘기는 한편 공무원 인건비의 일부 항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맨다는 계획이다. ◇신규 세원 발굴=정부는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 종사자나 자영업자들이 탈루하는 세금을 줄이는 데 대책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득파악 인프라를 촘촘히 하는 동시에 세무조사도 엄격히 할 방침이다. 정부는 고소득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면 추가 세금징수액이 적지않고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의 불평등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세금탈루의 원천인 현금 거래에 불편을 줘 이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결제수단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며 중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제를 개편, 개인과 법인의 소득파악도 쉽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재원 마련책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증세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 역시 이날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해 추후 논의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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