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는 감기가 복병이다. 환절기는 하루 사이에도 여러 번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한 날씨 탓에 체온 관리가 어려운데, 감기 증상이 있으면 몸에서 은근한 열이 나기 때문에 한층 더 온도조절이 어렵게 된다.
춥다 싶어 문을 닫으면 체열 때문에 이내 덥게 느껴지고 문을 열면 금새 한기가 든다. 별 이유도 없는데 요즘 와서 컨디션이 저조해지고 진땀이 잘 나는 것 같다 싶을 때는 일단 감기의 가능성을 유의하는 게 좋다. 몸에 열이 나기 때문에 입안이 마르고 콧속이 건조해지며 골이 지끈하게 아파지기 쉽다.
가을은 만물이 열매를 맺어 거둬들이며 여름내 공중에 가득했던 양기는 땅속으로 갈무리되는 시기다. 사람의 몸도 표면의 양기를 거둬들여서 몸 안으로 축적하게 되는데, 이것은 추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한 자연스런 준비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지나치게 운동이나 활동을 많이 해서 양기를 많이 발산하면 겨울을 대비하는 생리활동에 부담을 주게 된다.
옛 사람들은 가을에 지나친 활동은 폐장을 약하게 하여 겨울에 설사병이 난다고 했다. 한방에서 폐장은 가을의 장기라고 한다. 폐장은 가을에 가장 활발히 활동하여 대기로부터 원기를 흡수하여 겨울에 대비한다고 ‘황제내경’은 설명한다.
감기는 몸의 과로나 이상 징후를 먼저 알리는 신호와도 같은 것이므로 웬만하면 충분한 휴식과 영양공급으로 이겨낼 수 있다. 서양 속담에서도 감기는 치료하면 7일이면 낫고 치료하지 않으면 일주일쯤 간다고 했다.
실제 감기에는 굳이 치료 약을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열이 너무 오르면 두통과 소화불량 건조증 등으로 견디기가 어렵고 재채기나 콧물도 많은 불편을 주기 때문에 무작정 방치하기도 어렵다. 필요에 따라 적당히 증상을 다스리는 치료가 필요한데, 우선 면역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 기본이다.
일반 가정에서 대비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본초강목은 귤을 소개하고 있는데 ‘속살은 그리 좋을 게 없고 껍질을 약으로 쓴다’고 하였다. 귤 껍질을 모아 말린 것을 진피라 하는데, 간단히 끓여 마시면 초기 감기에 효과가 있다.
여기에 생강을 함께 넣어도 좋다. 생강은 단독으로 써도 몸에 땀을 내게 하는 효능이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계피차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식은땀을 멎게 한다.
감잎 매실 모과 인동초 등도 감기를 이기는 데 효과가 크다. 도라지는 기침감기에, 오미자는 가래가 동반되는 감기에 특히 알맞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ㆍ(www.daehwad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