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골프장은 주말에 여자들 출입이 안된다던데, 대통령부인은 괜찮은 모양이죠.”
골프 경력만 20년이 넘은 한 여성골프 애호가가 던진 말이다. 그냥 듣기에도 불만과 비아냥거림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요즘 골프애호가들 사이에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지난달 4일과 이달 15일 정부 고위관계자 및 청와대 참모들과 잇달아 가진 주말 골프를 두고 말들이 많다.
논란의 요체는 여성골퍼들의 주말 라운딩을 금지하고 있는 군 골프장에서 어떻게 권여사가 두번씩이나 라운딩을 할 수 있었느냐는 것. 군 골프장인 태릉골프장은 지난 99년부터 여성골퍼들의 라운딩을 허용해 준 대신 주말 운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별 따기 처럼 어렵다는 주말 부킹(라운딩을 예약하는 것)난 때문이다.
태릉 골프장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기에는 퇴역장성의 배우자나 가족이라도 예외가 없다”며 “다만 여군 이나 공무원, 여성 국회의원들은 주말이라도 골프장 이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태릉 뿐 아니라 퇴역 군인들을 위해 지어진 군 골프장은 이런 주말 라운딩 룰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목적으로 웬만한 골프장은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골프전문 여기자들에게도 이런 룰은 엄격하게 적용된다. 한 여기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남성대(군 골프장)에 남자들과 함께 갔다가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권 여사는 무슨 자격으로 라운딩을, 그것도 매달 한번씩 두번이나 할 수 있었을까. 권 여사가 태릉골프장이 극히 예외적 허용대상인 여군이나 공무원, 국회의원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군 골프장 주말라운딩은 `특권`이라는 이름의 공짜티켓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여성 골프 애호가들은 군 골프장으로부터 성 차별을 당하고 특권에서 소외되는 속쓰림을 겹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차별시정과 국민통합을 외치면서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과 특권의 단맛에 빠져들고 있지않는 지 모르겠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