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실 한쪽에는 자동차(dashboard)나 항공기 조종석(cockpit)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계기판과 적ㆍ황ㆍ녹색 불빛이 반짝이는 대형 LCD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이른바 현장밀착형 시스템인 RTE(Real Time Enterpriseㆍ실시간기업)가 작동하고 있는 것. 코오롱의 RTE는 각종 경영정보를 숫자(디지털)가 아닌 계기판(아날로그) 형태로 나타내 경영현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모니터를 통해 그룹 계열사 및 주요 매장의 매출ㆍ재고 등 각종 야전 현황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다. 이 회장에게 전달되는 각양의 야전경영 정보는 각사 임직원에게도 동시에 제공된다. 때문에 올초 RTE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임원회의 분위기나 매장(현장) 직원의 근무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FnC코오롱과 코오롱패션의 경우 모든 브랜드에서 월별 목표 매출액을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까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7%와 43% 늘었을 정도. 매출 성과에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매장스톱제’. 실시간으로 매장별 매출 현황을 체크해 목표치보다 85% 이하로 떨어진 곳에는 비상상황을 나타내는 빨간불이 들어오도록 돼 있다. 빨간불이 켜지면 브랜드 매니저와 담당 영업팀장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거쳐 문제가 해결되고 매출목표가 달성되면 빨간불이 다시 꺼지는 방식이다. 안진수 코오롱그룹 경영기획팀 부장은 “현장의 문제점이 실시간으로 모든 임직원에게 동시에 전달됨으로써 다양한 원인 분석이 이뤄져 신속하고 보다 옳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며 “이것이 진정한 스피드 경영의 구현”이라고 말했다. 신호등시스템에 대한 이 회장의 애착은 남다르다. 그가 자필로 쓴 실천과제 중에는 ‘신호등시스템을 전계열사로 확대해야지’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또 지난달 28일 FnC코오롱 수원매장을 찾았을 때도 신호등시스템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의사결정 스피드를 극대화해 사전에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항상 그 이상의 만족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코오롱그룹은 앞으로 1년 안에 모든 계열사와 매장, 공장 단위까지 신호등시스템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문화까지 바꾸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RTE 개념을 경영활동의 도구로 활용하는 곳은 코오롱그룹 외에도 삼성전자ㆍ포스코ㆍ신한금융그룹ㆍ동부그룹ㆍLG건설 등이 있다”며 “해외에서는 디지털 조종석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채용하고 있는 GE를 비롯해 델ㆍ월마트ㆍ메릴린치ㆍ씨티은행 등에서 RTE 경영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