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벌떼식' 자산운용"

가계대출·담보부대출 주력자금 쏠림현상 원인-금융시스템 안정저해

국내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상호 영업전략을모방하면서 안전성을 위주로 한 자산운용에만 치중, 시중자금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이런 소극적 행태는 경제 균형발전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쳐 결과적으로 개별 은행의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8일 '은행의 자산운용행태 변화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은 차별화된 영업전략을 구사하기 보다 영업전략을 서로 모방하는 군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벌떼식' 자산운영은 가계대출 확대와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의 변화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난 2001년 이후 대다수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총자산 증가율의 1.4배를 상회했으며, 기업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웃돈 은행은 한군데도 없는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은행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가계대출 비중도 98년말 11%에서 올해 6월말 32.1%로 늘어났다. 이에 비해 기업대출은 같은기간 37.8%에서 31.9%로 떨어졌고, 유가증권 비중도26.7%에서 18.4%로 크게 하락했다. 또 기업대출에서도 지난 2001년부터 2년여동안 급격히 늘어났던 개인사업자 대출이 2003년부터는 대다수 은행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급격히 축소한 것도 '모방 운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됐다. 아울러 은행들은 환란이후 안전성이 높은 담보부대출에 주력하면서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8년말 36.9%에서 올 상반기말에는 48.7%에 달해 신용대출(43.2%)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대상별로도 가계.대기업 대출의 평균만기가 지난 2000년말 15.1개월에서올상반기말 20.2개월로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같은기간 12.7개월에서 10.1개월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안전성 위주의 자산운용 행태는 채권투자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났다. 지난 99년 전체의 30%에도 못미쳤던 안전채권 비중(정부보증채 제외)이 올들어서는 40%를 훌쩍 넘어선데 비해 회사채 보유규모는 올상반기말 5조5천억원으로 지난2001년말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자금 수요측면에서는 환란 이후 기업들이 외부자금 의존도를 줄인 반면 가계에서는 부동산 호황으로 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자금공급면에서는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저위험 자산의 비중을높이고 적정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한데다 대출심사나 사후관리가 비교적손쉬운 가계대출을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 같은 행태가 개별은행 차원의 경영목표에 부합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국가경제의 균형발전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경향을미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즉, 중소기업대출 만기 장기화를 위한 수신구조의 장기화 대출채권담보부 증권등 신용위험 이전수단 도입, 금융기관의 전문화 및 다양화,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 제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한편 올상반기말 현재 일반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750조5천억원으로 지난 98년말보다 8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