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자는 금융투자업계의 바람이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에 휘둘리는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투자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건의했지만 재정부담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뒷짐만 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달 7일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내년 펀드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조만간 내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업계가 요구해 온 10년 이상 장기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균형재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해 불발됐다”며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돼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학자금펀드 소득공제(연 300만원 한도) ▦퇴직연금 불입액 소득공제 추가 확대에 이어 10년 이상 장기주식형펀드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 달라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업계가 장기펀드 비과세를 요구한 것은 주식형펀드의 세제혜택이 없다 보니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짧아져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 유럽과 미국발 재정위기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장기투자 기반 조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히 형성돼 왔다. 금투협 관계자는 “장기펀드에 세제혜택이 있으면 시장이 하락해도 환매하지 않고 유지하는데, 세제혜택이 없다 보니 시장상황에 따라 바로 환매하는 등 펀드투자도 단타로 변하고 있다”며 “이는 곧 증시변동성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혜택을 통해 장기투자로 전환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경우 자녀학자금 마련이나 어린이펀드 등 장기펀드에 대해 세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6년부터 자녀학자금 용도로 불입하는 하는 펀드에 대해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에도 지난 해부터 비과세혜택을 제공하는 주니어ISA를 도입했다. 업종간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펀드 세혜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년짜리 보험상품의 경우 비과세를 해 주면서 펀드는 그런 혜택이 전혀 없다”며 “업권간 형평성 차원에서도 펀드에 대한 세혜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세제문제를 결부시킬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안정과 세제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상황도 아니어서 (특정펀드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현재로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시안전판 마련에 힘써야 할 금융당국이 정부의 부정적인 의중을 감안해 세제혜택 논의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안전판이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이 이번 논의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