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5년 8개월만에 최저] 외국인 주도 증시엔 득

환차익 덕에 매수세 강화 예상
절상속도 너무 가파르면 위험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시장 수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증시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외국인은 원화 값이 강세를 보이면 코스피 상승에 따른 수익과는 별개로 주식을 팔 때 생기는 환차익도 덩달아 커져 매수 의욕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원화절상 속도가 가파르지만 않는다면 국내 증시에 '원화강세→외국인 매수 증가→주가상승'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자동차와 전자 등 그동안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수출주에는 부정적이다.

강력한 지지선이던 원·달러 환율 1,050원선이 무너진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0%(5.92포인트) 오른 1,998.9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지난 2008년 8월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041원40전으로 떨어지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를 강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올 들어 세 번째 규모인 3,449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지난달 26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강력한 지지선이던 1,050원이 깨졌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올해 말 환율 예상치로 1,000원과 1,050원 사이 값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미 예견된 원화강세 방향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더욱 강해져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인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역흑자에 힘입어 경상수지는 2월까지 2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외환보유액도 3,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한국의 거시건전성이 다른 나라보다 두드러지면서 원화강세가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글로벌 자금이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 값이 당분간 추세적인 강세를 이어간다면 외국인 순매수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원화 값을 계속 끌어올린 뒤 이것이 외자유입을 다시 부채질하는 선순환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원화절상 속도는 국내 증시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 자동차·전자 등 수출기업들의 환율 위험 노출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주는 이날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3,000원(1.65%) 내린 137만1,000원에, 현대차는 5,000원(2.01%) 떨어진 24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 연구원은 "증시에서는 환율의 방향성보다 속도와 변동성이 중요하다"면서 "급격한 원화강세는 자동차·IT 기업의 수출부진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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