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표에 60만원짜리 투표 12월에도?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영주권자 이상의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신고가 22일부터 시작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재외국민투표는 당시 등록률이 2.2%에 불과할 정도로 낙제점이었으나 우리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1,000만명에 이르는 해외동포에게 글로벌 한민족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고양시킨다는 큰 취지가 첫술에 실현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12월 대선에서도 재외국민투표율 제고는 기대난망이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극도로 저조한 참여율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이러다가는 자칫 제도 자체의 근본 목적까지도 희미하게 만들어버린다.

정치권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공전상태다. 한껏 늑장을 부리더니 이제 와서는 등록신고 일정상 이미 법 개정이 불가능한 게 아니냐고 시간 탓을 하고 있다고 한다.

투표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유권자 등록을 위해 한번, 투표를 위해 또 한번 등 두번씩이나 거주지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등 넓은 나라가 아니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유권자의 편의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공관에 두번 오는 일이 없도록 우편등록이든 인터넷 등록이든 허용해야 한다. 신원확인 등은 공관을 직접 방문하는 투표 당일 충분히 점검할 수 있다. 유학생이나 상사주재원 등 국외부재자들처럼 하면 된다. 지난 총선에서 국외부재자들의 등록률은 7.8%로 재외동포보다 훨씬 높았다.

아직 시간도 있다.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 10월20일로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합의해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나머지는 선관위가 알아서 할 것이다. 4월 총선에서는 재외국민투표에 293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한 표당 60만원짜리 투표라는 비아냥 속에 존폐 논란까지 나왔다. 12월 대선에서는 306억원의 예산이 나갈 예정이다. 여야가 겉으로는 제도개선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것은 재외국민투표 참여율이 높아질 경우 어느 쪽이 유리한지 모두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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