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미국 제치고 국내 2대 투자처 부상하나

삼성 컨트리 마케팅 1호 국가 LG·롯데·CJ 등 대기업 이어 1차 협력업체도 줄줄이 진출
작년 신규 법인수 3년 내 최고 중국·미국은 증가세 주춤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투자가 최근 크게 늘어나면서 베트남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2대 투자처로 부상할 시점이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베트남을 '컨트리 마케팅 1호' 국가로 선정한 뒤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컨트리 마케팅은 개별 회사가 아닌 여러 계열사의 장점을 한데 묶어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 현재 가동 중인 삼성전자 휴대폰 베트남 공장 등 정보 기술외에도 전자부품·조선·도시개발·발전소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LG전자도 현재 2024년까지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 지역에 15억달러 규모의 LG타운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LG전자는 이곳을 TV·세탁기·냉장고 등 백색가전의 글로벌 가전 통합생산의 주요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롯데·CJ 등 대기업뿐 아니라 1차 협력업체들도 적지 않은 규모로 올해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중국과 미국·베트남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빅3' 투자처에도 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낮은 인건비에 제조 인력 확보가 용이한 베트남이 우리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면서 "올해 국내 기업 해외 투자에 적지 않은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국내 기업의 이들 3개국 투자 현황을 보면 중국과 미국의 보합·위축과 베트남의 도약으로 압축된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를 보면 신규 법인 현황에서 미국의 경우 2011년 440개에서 2012년 446개, 2013년 1~9월 341건 등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투자는 앞으로 큰 폭의 증가 없이 현재의 약보합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 중국 역시 주춤하는 추세다. 신규 법인의 경우 2011년 831개에서 2012년 710개, 2013년 1~9월 592개 등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700개 안팎이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미국과 중국 투자는 상승기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베트남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규 법인 수가 2011년 196개, 2012년 188개에서 지난해 1~8월 211개 등으로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00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중국·베트남 등 3개국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9월 현재 18.4%에 이르고 있다. 이 비중은 2011년의 경우 13.3%에 불과했다. 물론 투자금액의 경우 중국과 미국이 절대적으로 많은 액수. 하지만 신규 법인 수에서는 베트남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빅3 해외 투자국에서 베트남이 신규법인 기준으로 미국을 제치고 2대 투자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삼성·LG·롯데 등 대기업들이 올해 베트남 투자를 지난해에 이어 지속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1차 협력업체들의 베트남 진출도 많아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이 이처럼 인기를 얻는 이유는 낮은 인건비와 젊은 노동인력, 낮은 세금 등 때문이다. 특히 인건비와 노동 인력은 한국 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임금을 인상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중국 대비 인건비가 절반에 불과하다. 또 한국과 비교했을 때 10분의1 수준 등으로 매우 낮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중국은 제조기지에서 시장 공략 국가로 점점 변하고 있다"며 "중국의 뒤를 이어 한국의 차세대 제조 기지로 베트남이 앞으로 더욱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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