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OECD에서 발간되는 ‘피어 리뷰(Peer Review) 2003’에서 상환의무가 없는 ‘무상원조’보다 상환의무가 있는 ‘유상원조’가 수혜국의 주인의식을 존중하고 수혜국의 자립 노력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이 지난 90년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무상원조 비중을 확대하는 원조정책의 큰 그림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특히 98년 발생된 아시아 지역의 금융위기는 일본의 국제원조가 인도주의적 견지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일본은 90년대 초반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조건부 원조’를 98년부터 확대하면서 국제원조를 인도적 차원의 정치협력보다는 경제적 목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올 들어 일본은 국제원조를 통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일본 중심의 ‘아시아 블록화’를 꾀하는 한편 아프리카와 중남미로 무대를 넓혀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표밭 다지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실제로 4월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ㆍ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아시아ㆍ아프리카 재난방지 및 재건을 위해 5년간 25억달러(무상지원 15억달러 이상)를 지원하고 오는 2008년까지 아시아ㆍ아프리카 젊은이들의 교류를 위한 ‘아시아청소년해외협력대’ 창설을 주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