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나 주머니에 무작위로 담긴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이벤트 형식으로 판매하는 '럭키백' 마케팅이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일각에서는 럭키백에 가격 대비 부실한 상품이 상당수 담겨 행운보다 실망을 안겨준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불황기 '로또 심리'와 재미를 추구하는 최신 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당분간 유통가의 대세 마케팅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럭키백 마케팅은 일본의 복주머니(후쿠부쿠로) 행사에서 유래돼 애플, 스타벅스 등이 소비자 이벤트로 활용하면서 국내에서도 마케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올 1월 애플이 국내에서 자사의 다양한 제품을 무작위로 담은 럭키백 판매 행사를 열었을 당시애플의 프리스비 매장 앞에 럭키백을 사기 위해 일부 소비자들이 밤새 줄을 서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럭키백의 복불복 재미가 인기를 끌자 최근 들어서는 패션ㆍ뷰티 제품은 물론 여행ㆍ공연ㆍ다이어트 상품까지 럭키백에 담기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가'여행11번가' 오픈 3주년을 기념해 내놓은'여행 쇼킹박스'의 가격은 1,200원. 구입 고객들에게 무작위로 발송되는 쇼킹 박스 안에는 '방콕여행 2인 패키지'를 비롯해 '베트남 나트랑 왕복항공권', '특1급 국내 호텔 숙박권', 11번가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10만 포인트' 등이 들어있다. 이외에도 워터파크 이용권, 10달러북, 100위안화 북, 백화점 상품권, 커피 음료 교환권, 여행11번가 할인쿠폰 등도 있다. 가장 저렴한 상품은 '11번가 1,300포인트'다.
인터파크 역시 릴레이 형식으로 다양한 럭키백을 내놓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4월 내놓았던 공연 럭키백과 뷰티 럭키백을 모두 완판시켰던 인터파크는 오는 14일 오전 10시부터 1만9,900원짜리'다이어트 럭키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다이어트 럭키백은 배송비 포함 1만9,900원 균일가 백 안에 최하 3만원, 최고 106만원 상당의 인기리 다이어트 식품 및 용품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후쿠부쿠로', 미국의 '글로시 박스(glossy box)', 유럽의 낫 어나더 빌(not another bill) 등이 복불복 재미를 가진 상품들"이라며 "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로또 같은 한방을 기대하는 심리가 더해져 럭키백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