怒而撓之(노이요지). ‘상대를 화나게 해서 어지럽힌다.’ 시계(始計)편의 구절이다. 사람은 화를 내면 판단이 흐려지고 상식 밖의 무모한 짓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므로 적을 교란하는 방법으로 적을 화나게 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작전이 될 수도 있다. 화가 나면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나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기도 한다. 장군은 군사들과 국가를 책임지는 만큼 항상 냉엄하고 철두철미한 바른 판단이 요구된다. 어느 날 골프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는 최근 연습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늘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모든 불운과 실수는 이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왜냐하면 ‘집중과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 보니 내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선 것 같아’ 하는 식으로 믿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연습량과 시간이 부족한 아마추어골퍼들이 쉽게 겪는 상황인데 이럴 때는 생각지도 않은 실수 하나로 무너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예컨대 1m 정도의 짧은 퍼팅 미스가 라운드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 나쁜 기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실망이 순간적인 ‘화’로 돌아오는 것이다. 누구나 미스 샷 후에는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로부터 리듬ㆍ타이밍ㆍ템포ㆍ감각ㆍ터치 등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날아가버리고 만다. 화를 다스리는 능력도 승부의 요소다. 18홀 중 한 홀, 그리고 한 홀에서도 겨우 한 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서 차분한 심호흡으로 신체를 안정시키고 개인적인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SBS골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