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데 세외수입마저 크게줄어

■ 내년예산 긴축편성교육재정·공적자금 이자등 경직성 예산만 13조 정부가 내년 예산편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산은 빠듯한데 돈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에 제사가 줄줄이 돌아오는 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출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인건비나 기본사업비는 올해 수준에서 동결되는 사실상의 긴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 돈은 없는데 예산 여유가 없다. 정부가 약속한 2003년 균형재정을 이룩하려면 내년 예산증가율은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짜여야 한다. 돈도 없다. 물론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세외수입이 줄어든다. 올해는 공기업 매각수익 5조4,000억원, 국채 순증 발행이 1조9,000억원에 달했지만 내년에는 공기업 매각일정이 없다. 국채도 발행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이 부문에서 한 푼도 기대할 수 없다. 여기서만 7조3,000억원이 줄어든다. 세수증대로 거둬들일 세금이 아무리 늘어도 여기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 쓸 곳은 많다 하지만 돈을 써야 할 곳은 널려 있다. 지방재정과 교육재정, 공적자금 이자, 국채 이자, 연구개발비, 국민기초생활 보장, 농어촌 부채탕감 등 절약이 불가능한 경직성 예산만 13조여원에 이른다. 매년 4조~5조원씩 적자가 나는 건강보험에 얼마나 더 퍼부어야 할지도 가늠할 수 없다. 연구개발 투자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도약 등 국책 사업도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 선거로 인한 신규수요가 발생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 중 일부만이라도 상징적으로 시행하려 한다면 국가의 살림살이는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인건비 등을 동결한다고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견기업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던 약속과 공무원 노조 출범 등을 감안할 때 지켜질지 의문이다. 동결ㆍ최소 지출로 잡았던 사업에서도 실제 지출이 늘어날 항목이 많다는 얘기다. ◆ 그래서 죈다 결국 긴축이 불가피하다. 기획예산처는 이 기회에 관행적으로 투자돼온 기존 사업비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예산시즌이 5월부터 시작되는데도 벌써부터 고민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정해왕 예산총괄국장은 "각 부처가 이기주의나 타성에서 벗어나 필요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축소하거나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예산 절약부처에 대한 인센티브 등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한가지 다행스런 점은 긴축예산이 부담이 되지 않을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 경기부양을 기반으로 하는 현 경제팀의 거시경제정책의 기조변경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경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여서 정부가 살림살이를 아껴도 경제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어려운 처지는 당장 올해 반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획예산처는 가능한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경기여건 역시 속도조절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여서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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